‘단기전의 명수’
‘단기전의 명수’
  • 신아일보
  • 승인 2008.11.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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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성근 vs 세이부 와타나베
     
   
오늘부터 아시아시리즈 김성근 감독(66)과 와타나베 히사노부 감독(47)이 13일부터 ‘지략’으로 한 판 승부를 벌인다.

김 감독과 와타나베 감독은 나이 차이 만큼이나 다른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 8개 구단 감독 중 가장 연장자인 김 감독은 사령탑 생활만 만 24년째다.

‘백전노장’ 이라고 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오랜 세월을 팀을 이끌면서 보냈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 OB베어스의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은 이후 태평양(1989~1990)-삼성(1991~1992)-쌍방울(1996~1999)-LG(2001~2002)-SK(2007~)를 거쳤고, 지난 9월3일에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2번째로 1000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잡초‘라고 표현될 정도로 야인으로 지낸 시간도 많았다.

SK 감독을 맡기 전에도 그는 한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일본의 지바 롯데 마린스의 코치로 활동했다.

와타나베 감독은 1군에서 감독을 맡은 것이 올해가 처음이다.

와타나베 감독은 투수 출신으로 선수 시절에는 올스타전에 6번이나 나갔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125승 110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다.

1999년 대만으로 건너가 선수 겸 코치로 활약하며 18승을 올렸던 와타나베 감독은 2001년 은퇴한 뒤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다가 2004년 친정팀인 세이부에 복귀해 2군 투수코치를 지냈다.

와타나베 감독은 2005년 2군 감독 겸 투수코치, 2007년 2군 감독을 거치며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받았고, 올해 처음으로 1군 감독을 맡았다.

살아온 기간도, 그 모양새도 다르지만 이들은 부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해 SK에 부임하자마자 팀을 정규리그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SK는 김 감독이 부임하기 바로 전인 2006년 리그 6위에 머무를 정도로 팀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부임한 첫 해 SK는 73승 48패로 리그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역대 126경기제 최다승인 83승(43패)을 올리며 1위에 오르며 ‘최강팀’으로 거듭났다.

와타나베 감독은 지난해 퍼시픽리그 5위에 머물렀던 세이부를 리그 1위와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뛰어난 지도력을 과시했다.

세이부에서 신임 감독이 정규시즌 우승과 일본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거머쥔 것은 지난 1992년 모리 마사아키 감독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김 감독과 와타나베 감독이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것에서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는 한국시리즈와 일본시리즈에서도 드러났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로 뛰었던 채병용을 4, 5차전에서 깜짝 마무리로 기용해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접전 상황에서 등판한 채병용은 각각 1⅓이닝 무실점, 1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켜내며 김 감독의 ‘깜짝 기용’을 성공작으로 만들어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그 해 부진했던 김광현을 깜짝 선발로 등판시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타순 배치에 있어서 김 감독은 항상 ‘깜짝’ 기용을 선보인다.

뚜렷한 거포가 존재하지 않는 SK의 소총부대가 거포가 버티고 있는 타선 못지 않은 힘을 내는 것은 김 감독의 공격적인 선수기용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이진영을 톱타자로 배치시켰던 것은 김 감독의 공격적인 기용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와타나베 감독은 올해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던 기시 다카유키를 6차전에 중간계투로 등판시키는 강수를 뒀다.

와타나베 감독의 깜짝 기용도 성공적이었다.

기시는 중간 계투로 나선 6차전에서 5⅔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4피안타 무실점으로 요미우리 타선을 틀어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와타나베 감독이 김 감독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타순 변동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거포가 여러명 버티고 있는 세이부의 강타선은 일본시리즈 내내 큰 변화가 없었다.

‘다른 듯 닮은’ 김성근 감독과 와타나베 감독의 ‘지략대결’도 아시아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가 될 듯 하다.

SK와 세이부의 아시아시리즈 예선전은 13일 오후 6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