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첫걸음 뗀 현대차 위탁생산…선결과제는?
광주서 첫걸음 뗀 현대차 위탁생산…선결과제는?
  • 이창수 기자
  • 승인 2018.06.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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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억원 투자 2대 주주로…1000cc미만 경형 SUV 생산
지자체와 공동생산방식 첫 시도…운영·의사결정방식 달라
‘새로운 물량 추가 배치’ 단협위반 문제 노사·갈등 소지도
지난 4일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현대자동차 실무진들이 광주 완성차 공장 설립 사업과 관련해 현장 실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광주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현대자동차 실무진들이 광주 완성차 공장 설립 사업과 관련해 현장 실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합작법인 형태로 광주에 조성되는 완성차 공장 관련 투자가 확실시 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노조와의 갈등조정이 선결과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의 공동 자동차 위탁생산이 처음인 만큼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간 운영 방식이나 의사결정에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9일 광주시와 합작법인 형식의 완성차 공장설립을 위한 협약 조인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광주시 내부 사정으로 투자협약 조인식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합작법인에 2대 주주로 참여해 전체 투자금액의 19%가량인 약 13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1000cc미만인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생산키로 결정했다. 또 현대차는 1000cc미만 경차급이지만 수요가 한정적인 경차 시장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SUV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광주공장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현재 국내에서 생산 중인 차종을 위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사측이 생산 일부를 외주 처리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것이 기존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칠 경우, 계획 수립 60일 전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 이어 노사공동위원회가 해당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아예 새로운 물량을 광주공장에 추가로 배정한다면 노조와 별도 협의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단협 위반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입장이다. 다만 단협상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일부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

노조는 연봉이 반값인 광주공장 근로자에 대한 위탁생산으로 기존 조합원의 고용불안이 야기된다는 점을 들어 현재 생산중인 차종이 아니어도 노사공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정규직 임금수준을 4000만원으로 하향 평준화해 후퇴신킨다"며 "임금 하향 평준화와 조합원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협 내용을 둘러싼 해석 차이로 노사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투자를 확정한 만큼 사측이 물러날 리가 없고 노조는 임단협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조 반발을 잘 해결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해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이번 위탁 생산은 기업간 공동사업이 아닌 지자체와의 협약을 맺는 것이기에 운영방식이나 의사결정 구조 등에서 기존방식과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 지가 관건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거쳐 내놓은 모델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지 못한다면 현대차로선 추가적인 리스크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현대차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차를 공급받고 판매해 고용을 유지하는 선순환을 이루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