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6·13 지방선에서 예상대로 여당이 압승했다. 유권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 결과 진보를 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와 경북(TK), 제주도를 제외한 14곳을 석권하며 완승을 거뒀다.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에서도 민주당은 후보를 낸 11곳 모두 당선됐다.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가 14곳을 차지해 보수(2), 중도(1)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전국 규모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이정도로 승리를 거머쥔 적은 없었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 국정성과를 평가받는 첫 심판대라 할 수 있다. 국민은 여당이 아닌 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야당의 패배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한국당은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대안 없이 비판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도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민심은 이미 정부·여당에 기울어져 있는데 ‘진짜 바닥민심’론을 거론하며 억지논리를 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론조작이라며 얼토당토않은 프레임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번 선거 결과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맥을 같이 했다. 진짜 바닥민심을 읽지 못한 것은 홍 전 대표가 된 꼴이다.
관심사는 보수야당의 후속 조치다. 한국당 지지율은 19%, 바른미래당은 5.6% 수준이다. 두 당이 합쳐도 민주당(56.7%) 지지율의 절반도 못 미친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 국정은 여당과 야당의 두 축이 균형을 잡아야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그 한 축의 작동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민주당도 샴페인을 터뜨릴 시간이 없다.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 국민이 남북 평화와 개혁을 원한다는 뜻도 담겼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한반도 평화 이슈가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CIVD 용어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만 들어가 끌려간 협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비핵화 조치를 위해 어떤 과감한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판이 뒤집어 질 수 있지만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듯 국민은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운전대를 잡고 중재역할에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경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두고 반발이 거세다. 상여금, 주거비 등 일부 임금항목을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 노동계가 반대하면서 한국노총, 민주노총 모두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실업률 개선도 시급하다. 올해 고용시장은 더욱 악화됐다. 최저임금의 1차적 보호 대상자인 아르바이트생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확대됐다. 민심의 정부와 여당으로 돌아섰지만 이는 그만큼 적잖은 과제를 해결하라는 의미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 방심하거나 자만하면 민심의 채찍 대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