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적합한 인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제는 당선자들이 출마하면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들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일만 남아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약속한 공약만 실행된다면 대부분의 지역은 더 이상 사람들이 떠나지 않는 지역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된다. 공약이 실현돼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발전되기를 희망하지만, 당선에 급급해 내걸은 약속이 모두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주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방선거 결과에 기대가 크지 않은 것은 후보자들이 약속한 사업들 대부분은 중앙정부 도움 없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역유권자들은 누가돼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방선거가 시행 된지 27년이 지났지만, 오랫동안 새로운 인물을 선출해도 지방의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탓이다. 5·16군사정변으로 지방자치제가 중단됐다가 1991년 30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해 구, 시·군 의회선거가 치러지고, 1995년6월27일에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 이후 23년이 지났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역의 불균형문제는 완화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소멸이 예상되는 지역까지 거론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수도권 집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반면에 지방의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선거를 통한 지역의 인물 교체보다 열악한 지방의 재정자립과 자율권이 미흡한 제도적 요인이 더 크다.
사실상 제도적 요인에 의해 지방은 중앙에 예속된 거나 다름이 없으니 선거를 통해 인물을 바꾼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는 것이다.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지역 공천파동만 해도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된 결과를 보여준다.
공천파동은 지역발전과 주민복리증진에 적합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후보선출 과정조차 주민의 의사를 살피기보다 중앙정치 개입에 더 영향을 받은 데서 비롯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많은 후보들이 한결같이 중앙인맥을 동원해 지역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끌어 올 수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것도 중앙에 지방이 종속된 현상을 반증하고 있다.
실제 중앙당의 유력정치인들이 나선 선거지원 유세에서도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의 타당성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서슴없이 발언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지방선거에서 내걸은 공약은 중앙정부 도움 없이 지방정부 독자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탓에 중앙정치인들의 입을 빌려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얻고자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 무대로 변질되다보니 정작 유권자들은 지역에 적합한 후보자들의 면면을 세세하게 살피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방선거가 지역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는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방정치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뒤따라야한다. 지난 3월26일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을 통한 지방분권 강화야말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분권의 기틀을 만들 때 중앙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지방자치가 시행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인 행정, 입법 및 재정권을 갖지 못한 채 중앙의 정치와 정부에 예속된 상황에서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의미는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번 6·13지방선거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지역실정에 적합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뒷받침 될 때 진정으로 지역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 기회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