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두 정상은 4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새 미래로 과감한 첫발을 뗀 김정은 위원장에게 감사하며,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은 역사적이었다”면서 “이번 만남으로 진짜 변화가 가능하단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회담 앞서 모두 발언에서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대결과 반목의 북미관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와 같이 향후 어떤 청사진을 그릴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대통령과 통화하고“회담 성공을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한다”며 “두 지도자의 용기와 결단에 찬사를 보내며,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큰 토대를 놓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새로운 지평을 열게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반면 북한의 비핵화 시간벌기 위한 졸속 회담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 미국이 그동안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핵심 원칙으로 언급해온 CVID(완전한 비핵화)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라는 두 가지를 빅딜 한 것으로, 다소 포괄적인 합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첫 만남이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지만 그 분위기만큼 알맹이가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일부에서는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포괄적이고 모호한 형태의 비핵화를 약속한 대신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언질을 받은 것은 북한과 중국이 거둔 전략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한미훈련 중단은 물론 주한미군 축소나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주일미군과 일본의 군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4강의 외교 안보 지형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역할론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남북미 3각 외교의 한 축인 남북관계의 진전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언급한 4·27판문점 선언 이행 등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차례로 접견하고, 오는 21~23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하는 등 한반도 주도자로서의 역할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번 북미 합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첫 관문을 넘은 것으로, 일방적 입장에서 벗어나 체제 안전보장과 비핵화를 동시에 병행 추진키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 할 수 있다. 특히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 체제가 해체에 들어간 것이기도 해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