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경제, ‘반도체 신기루’를 경계한다
[기자수첩] 한국경제, ‘반도체 신기루’를 경계한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6.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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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우리 경제 내수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으나 수출이 견실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대체로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호조는 반도체 시장 호황의 영향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반도체 수출 금액은 108억4700만달러, 한화 11조696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4.5%나 증가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 호황은 관련 업계만 놓고 보면 달콤한 얘기지만 우리 경제 전체를 놓고 본다면 마냥 달갑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5월 기준 반도체 수출 금액은 2017년 75억800만달러에서 33억달러 가량 증가해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수출 금액 60억달러의 55%를 차지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5월 기준 21.3%로 지난해 16.7%와 비교해 4.6%p늘었다. 반도체 품목이 우리나라 수출의 ‘효자’를 넘어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집중 현상은 대기업만 봐도 분명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30대 그룹 182개사의 ‘2012년~2017년 30대 그룹 상장사 인건비, 재무실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 182개사 전체 매출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사가 22.3%를 차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두 기업이 53.9%에 달한다. 2017년 30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1년 사이 37조원 늘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1조원 늘어 두 기업을 뺀 나머지 그룹의 증가폭은 6조원에 그친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녹록치 않은 한해를 보냈다는 의미다.

지속되는 무역전쟁 속에서 석유제품, 자동차, 일반기계, 선박, 철강, 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를 제외한 13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무엇 하나도 쉽게 낙관할 수 없다. 또 내수부진을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만회할지도 미지수다. 연일 반도체 업계 실적 갱신 소식이 전해지지만 우리 경제 전체로 놓고 본다면 장밋빛 기대를 가지기는 힘들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저성장 기조를 반도체 산업만으로는 벗어날 수 없다. 반도체가 보여주는 신기루를 걷어내고 경제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한 냉철한 진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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