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간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날이 밝았다. 북미 두 정상은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본격적인 담판에 들어간다. 전 세계의 이목은 이 회담에서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로 가는 ‘위대한 청사진’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결국 마주앉는데 성공했다. 지난 1953년 6·25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꼭 65년 만에 휴전의 당사국이었던 두 나라의 정상이 다시 머리를 맞댄 것이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서로 적대시한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의 간극을 메우고 전쟁에서 평화로 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촉즉발의 ‘강대 강’ 대치를 이어가며 험한 설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남북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중재로 북미정상회담의 단초를 만들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줬다. 김정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과감한 선제적 조치로 회담성공을 위한 성의와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제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북미 두 정상이 성공적 회담을 마무리 짓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회담의 결과는 두 정상이 회담장을 나오기까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일부 언론에서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지만 무작정 기뻐하기는 이르다. 너무 간절함이 클 때 모든 일에 조심하듯 한 발 내딛는 걸음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면 표현될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몇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뿌리 깊은 적대관계가 정상 간의 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두 정상이 물꼬를 연후에도 완전해결까지는 긴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얘기였다. 앞으로의 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그 과정이 완결될 때까지 남북미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주변국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당부였다. 지난 65년의 긴 시간을 이겨낼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둘째는 북핵문제와 적대관계 청산을 북미 간의 대화에만 기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남북대화도 함께 성공적으로 병행해 나갈 때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함께 좋아지고 서로 선순환하면서 새로운 관계정립이 될 것이란 이야기였다. 12일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주에 진행되는 남북군사회담, 적십자 회담, 체육 회담 등 남북대화도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비단길이나 꽃길만 있을 것이란 환상은 버려야 한다. 비바람도 불고 가끔은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더라고 우리 민족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