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해외 기술 유출 조사’ 신청한 이유는?
삼성전자 ‘해외 기술 유출 조사’ 신청한 이유는?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6.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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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무단 도용 재판 진행 중 제기…시점 모호
“소송과 연관 없다”지만 동기 찾기 힘들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최근 ㈜KIP와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유출 조사’를 요청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국가핵심기술이 정부 허가 없이 외국으로 유출된 단서가 있다며 산업부에 이를 알리고 조사를 요청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신청한 조사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은 외국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할 경우 산업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만약 승인을 얻지 않았다면 해당 기술의 수출중지·금지 및 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신고에 따라 산업부는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부터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기술은 이종호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원광대에 재직하던 2001년 KAIST와 함께 개발한 ‘벌크 핀펫(FinFET)’이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기존 2차원 평면 구조반도체 생산 방식을 3차원 구조로 바꿔 생산비용과 반도체 효율성을 제고했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지난 2012년 인텔은 해당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는 이유로 KIP에 100억원의 특허 사용료를 KIP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KIP는 이 교수로부터 해당 기술의 국외 특허권을 양도 받은 KAIST의 자회사이다. 국내 특허는 KAIST가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적어도 2012년부터 사용되고 있었으며 삼성전자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

삼성전자가 해당 기술이 알려진 지 6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는 소송과 맞물리면서 석연치 않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술을 2015년부터 무단 도용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말 KIP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당한 상태다. KIP는 2016년 미국에서도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는 미국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했지만 미 특허심판원은 이를 기각해 상황이 삼성전자에 유리하지 않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KIP와의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부분에 대해 산업부에 요청한 것”이라며 “소송에 도움이 된다거나 염두에 두고 제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배경 자료로서 신청한 것도 아니라 소송을 제외하면 동기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특허 소송 관련 전문가는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신고는 가능하다”며 “경우에 따라 유출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조사 결과를 소송에 이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연찮게 알게된 사실로 인해 조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 전문가는 “국가핵심기술 해당 여부와 기술 외국 유출은 관리적인 부분으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거나 해당 기술이 이미 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 사항”이라며 “특허권은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무단 도용과 이번 산업부 조사 또한 별개의 성격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성화 기자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