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회장 ‘깜깜이 선임’… 국민연금·노경협의회 한몫
[단독] 포스코 회장 ‘깜깜이 선임’… 국민연금·노경협의회 한몫
  • 김성화·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6.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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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후보 추천 요청 받았는지도 공개 못한다” 
노경협의회 “직원들은 특정 후보 추천할 생각 없다” 
스튜어드십코드·노동이사제 도입 추세 상치 ‘갸우뚱’
(사진=이가영 기자)
(사진=이가영 기자)

글로벌 대기업인 포스코의 회장 선임 절차가 깜깜이로 진행되면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포스코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같은 ‘깜깜이 회장 선임’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노조를 대신하고 있는 노경협의회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주사와 직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 퇴직임원 모임인 중우회에 후보 추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포스코에 따르면 0.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사 30여곳과 노경협의회, 중우회는 별도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CEO 선임 절차를 신뢰하며 포스코를 위해 좋은 CEO를 선출해주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보였다.

포스코 회장 선정 절차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이 이달 중 사내외 후보들을 심사해 5인 내외의 최종 면접 대상자를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제안한다. 이를 받은 추천위는 두 차례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 1명을 이사회에 추천한다. 오는 22일 최종 후보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상 이번 후보 추천이 이사회 외부에서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주주도, 노경협의회도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10.7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후보 선정 절차에 대해 포스코로부터 요구를 받았는지, 후보 추천은 하지 않더라도 절차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는지도 불명확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신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연금이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 언급할 경우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후보 추천을 비롯해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포스코로부터 후보 추천을 요청 받았는지 조차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적극 검토하며 주주로서 적극적인 권한 행사를 준비 중인 태도와도 상치되며 국민연금의 공익적 성격을 생각하면 후보 추천 요청을 받았는지 여부도 공개할 수 없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노조가 없는 포스코에서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노경협의회도 회장 선임 과정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다. 협의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선호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며 “이사회와의 면담을 통해 외압이나 정치권에 휘말리지 않은 분, 노동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줄 수 있는 분을 원한다는 인재상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 또한 최근 대기업·공기업을 중심으로 노동자이사제 도입 등 직원들이 직접 후보 선임에 참여하거나 후보를 추천하려는 시도가 논의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또한 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협의회는 현재 어떤 인물이 후보로 올라와 있는지도 모르는 가운데 후보 추천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협의회도 언론 보도를 통해 최근 후보군이 좁혀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특정 후보를 추천했다가 관철되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다만 이사회가 향후 최종 후보 선임 과정에서 협의회와 한 차례 정도 더 면담을 할 수도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지만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별 효용이 없어 보인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직원들 입장에서도 특정인을 선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이 2만7000여명에 이르는 포스코에서 협의회 구성원은 대위원 성격의 400여명에 불과하다. 또 이번 후보 추천에 대해 협의회는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포스코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별도의 과정은 없었다고 밝혀 대표성을 가진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에 대해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 지부 관계자는 “노경협의회가 평소에 무슨 일을 하는지 직원들도 잘 모른다”며 “활동 내역도 포스코 보도자료를 통해 알고 있는 정도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항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 100여명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형식적인 회장 선임 절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기 회장이 갖춰야 할 비전에 대한 공론화와 포스코 구성원들의 직접적인 요구가 논의되고 수렴되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과정이 절실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신아일보] 김성화·이가영 기자 shkim@shinailbo.co.kr /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