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답 없는 보험료 카드납부 소비자만 ‘속앓이’
[기자수첩] 답 없는 보험료 카드납부 소비자만 ‘속앓이’
  • 우승민 기자
  • 승인 2018.06.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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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의 신용카드 보험료 납입 거부에 상당수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는 법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을 요구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올해 4월 게시된 이 글은 참여인원 미달로 청원이 마감됐지만 관련 민원은 끊이지 않고 계속 제기되고 있다. 1년도 안 돼 ‘보험사 카드납부’를 요구한 글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것만 36건에 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말 전체 보험료 납입액 중 카드납입 비중은 10% 이내에 불과하다. 보험가입자 100명중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은 10명도 채 안 된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은 보험료가 카드로 결제될 때마다 2.2~2.3%가량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카드결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당연히 보험가입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금융당국은 좀처럼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생명·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보험사들의 보험료 카드 납부 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을 6월 말까지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개선 방안을 찾도록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5년 같은 이유로 개선 방안을 찾으려고 했지만 흐지부지된 상황과 흡사하다. 

시장에서 내세운 명분도 3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없이 2%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카드사들은 (카드결제 거절은) 수수료율을 규정한 여신업법감독 규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보험사와 카드사가 핑퐁게임을 하고 금융당국이 시장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고 있다. 금융당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금융소비자호보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영세사업자들도 시행하는 카드결제 정책을 대형 보험사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장에서 합의를 도출하든 금융당국이 중재 하든 고객이 만족할 만한 결과가 서둘러 나와야 한다. 금융소비자들의 인내심 테스트는 3년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