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시간 단축…개인임금 유지시 '공사비 4.3%↑'
건설근로시간 단축…개인임금 유지시 '공사비 4.3%↑'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6.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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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인건비 조정하면 관리직 평균급여 13% 감소
건산연 "적정공사비·공기 산출 등 대안마련 필요"
정부 법정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자료=고용노동부)
정부 법정근로시간 단축 개정안.(자료=고용노동부)

건설업에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적용하고, 근로자 개개인의 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총공사비가 평균 4.3%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인건비 조정을 통해 공사비 증가를 최소화 할 경우 관리직 1인당 평균 급여가 13%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비용과 소득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설업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에 맞는 공사비와 공사기간 산출 등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건설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업종별 특성에 맞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주 68시간까지 허용돼 있는 최대 법정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 2월28일 국회를 통과했으며,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건산연은 총 37개 공사현장의 공사원가계산서를 바탕으로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건설공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는 근로자 1인당 임금을 유지하는 경우와 근로자 1인당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로 구분해 진행했다.

근로자 1인의 임금을 유지할 경우 개정안 기본 취지인 근로자 삶의 질 향상에 부합하지만, 상대적으로 노무비 증가율이 커 기업에는 경영상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상황에서 공사기간 준수를 위해 인력을 증원할 경우를 가정했을때 전체 노무비는 평균 8.0% 증가했다. 발주자별로는 공공과 민간이 각각 8.7%와 5.7%씩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돼 공공공사의 노무비 증가율이 더 높았다. 노무비 증가를 감안했을 때 총공사비는 최소 0.3%에서 최대 14.5%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공사비 평균 예상 증가율은 4.3%였다.

반대로 근로자 1인당 임금을 삭감할 경우는 총 공사비 증가율은 최소화 할 수 있지만, 근로자 개개인의 희생을 통해 고용증가가 이뤄지는 형태로 노사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1인당 현재 대비 임금 감소비율을 추정한 결과 관리직은 평균 13.0%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능인력은 임금이 8.8% 감소했다.

특히, 하도급 관리직의 임금 감소 비율이 15.4%로 원도급 관리직의 임금 감소 비율 10.3%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근로시간 단축 상황에서 공사기간 준수를 위해 인력 증가시 전체 노무비 증가율.(자료=건산연)
법정근로시간 단축 상황에서 공사기간 준수를 위해 인력 증가시 전체 노무비 증가율.(자료=건산연)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건산연은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국민 삶의 질 측면에서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은 국내 및 해외의 기존 계약된 사업의 경우 개정안 적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 제도 하에서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비나 공사기간 등에 대한 계약변경 가능여부가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합리적인 계약변경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규사업에 대해서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고려한 적정공사비 및 공사기간 산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도 건설산업이 날씨 또는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임을 고려해 사업기간 또는 1년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그동안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해온 국가들을 살펴봐도 장기간에 걸쳐 제도의 정착을 추진했다"며  "법정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와 기업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