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요구하며 美대사관 돌진한 공무원 "당시 귀신에 씌었다"
망명 요구하며 美대사관 돌진한 공무원 "당시 귀신에 씌었다"
  • 김용만 기자
  • 승인 2018.06.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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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망상 전력있어…두 차례 정신과 치료 받은 적도"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차량 출입문에 승용차 한 대가 돌진, 철제 게이트를 들이받고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차량 출입문에 승용차 한 대가 돌진, 철제 게이트를 들이받고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으로 망명을 떠나고 싶다며 차를 몰고 미국대사관으로 돌진한 여성가족부 소속 공무원 A(48)씨가 범행 당시 "귀신에 씌었다"는 진술을 경찰 조사에서 내놨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7일 오후 7시 15분께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정문을 차로 들이 받은 사고를 낸 A씨는 범행을 모두 시인했으며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경찰에서 범행동기에 대해 "당시 제 정신이 아니었고 귀신에 씌었다"며 "미국대사관 정문을 들이받고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면 미국에 갈 수 있겠다는 망상이 생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과거 두 차례 과대망상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며 "지난해 8월 여가부가 미국으로 보내주는 연수 대상자로 선정되고 나서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증상이 심해진 가운데 지난 2일 토플 시험을 보다가 두통으로 포기하고 나온 뒤로 사흘 연속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며 "그래서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고 경찰 관계자가 전했다.

앞서 A씨는 전날 오후 7시22분쯤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미국 대사관 정문을 들이받았으며 차에서 내린 뒤에는 "헬프미(도와달라)", "미국에 가고 싶다", "미국에 가고 싶어 돌진했다"라는 말을 수차례 외쳤다.

A씨가 몰던 승용차는 사고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가부 산하기관 간부 B(여)씨의 소유였다.

A씨는 당일 여가부에 오후 연가를 내고 상담을 이유로 동승자인 B씨를 만났으며, 미국 대사관과 KT빌딩 사이를 빠져나오기 전 자신이 운전하겠다며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A씨는 곧바로 도로를 빠져나와 미국 대사관 앞 도로 2차선에서 정문을 향해 속도를 높여 철제 정문을 들이받았다. 당시 동승자 B씨는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향후 동승자 B씨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이동 경로를 조사하는 한편 A씨를 이날 중으로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또한 A씨의 가족과 직장동료 등을 상대로 최근 건강상태 등을 조사하고 건강보험관리공단 등에서 진료내역을 조회해 진술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A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사전 모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등 테러 용의점도 수사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김용만 기자 polk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