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5주년 특집] 2018년 상반기 재벌 수난사
[창간15주년 특집] 2018년 상반기 재벌 수난사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6.08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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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1년…연이은 압수수색·구속· ‘시련의 계절’
삼성 이재용 부회장, 출소 후 경영 복귀 난관
한진, 전방위적 수사에 경영진 사퇴 압력까지
롯데 신동빈 회장 구속…신사업 추진 올스톱
부영 이중근 회장 구속·LG도 압수수색 받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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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고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특히 올해 상반기는 재계에는 ‘시련의 계절’이었다. 총수일가들은 경찰서와 검찰, 구치소를 드나들기에 바빴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이 이어지는 힘든 시기였다.

우선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으며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과거부터 진행됐던 사업의 문제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며 경영 일선 복귀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활동인 ‘그린화’ 작업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져 있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도 수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압수수색으로 노조와해 활동이 미래전략실까지 보고된 사실이 드러났다. 미전실은 해체 이전까지 삼성 그룹을 총괄했던 곳으로, 이 부회장 또는 그룹 내 고위 임원이 노조와해 활동을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건은 ‘불편한 경영승계작업’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최대주주는 제일모직이고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이었다. 같은 해 舊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상승은 제일모직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당시 상장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도왔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는 이 부회장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관리의 삼성’이란 이미지에 먹칠을 한 사건이다. 이 부회장은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수습에 나서지 못한 채 해외출장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대법원 재판도 남아 있는 만큼 이 부회장에게 여론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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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한진家는 단연 가장 핫한 이슈였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던진 것으로 알려진 한 번의 물컵이 ‘쓰나미’가 되어 한진가 전체를 강타한 것이다. 처음 조 전 전무의 폭행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던 수사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폭행 건이 드러나며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폭행 건은 미풍에 지나지 않았다. 분노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각종 폭로가 쏟아졌고 정부기관의 전방위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일감몰아주기, 관세청은 상습·조직적 밀수·탈세, 검찰은 조양호 회장의 탈세, 국토부는 조 전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건 등 수사 중인 혐의를 일일이 언급하기에도 벅찰 정도다. ‘땅콩회항’의 조현아 칼네트워크 전 사장과 조 전 전무는 걷잡을 수 없는 여론 압박에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분노한 민심은 좀처럼 갈아앉지 않고 있다. 직원들은 급기야 총수일가 경영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연금도 오너일가에 대해 주주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혀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린 상태다.

가장 근심이 깊은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70억원을 줬던 것이 유죄로 판결나면서 구속된 상태다. 법원은 앞서 항소심이 있었던 이재용 부회장과 달리 신 회장은 면세점 사업 특허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0억원을 두고 부정한 청탁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비록 70억원을 돌려 받았음에도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았다.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 체제로 분위기를 다잡고 있지만 연 초 내세웠던 신성장 동력 확보는 추진도 못한 채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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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굵직한 사건들이 터지면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도 구속된 상태다. 이 회장은 임대주택 분양 시 실제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 전환가를 부풀려 부당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차명주식을 취득하면서 회삿돈을 유용하고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해당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고 개인 세금을 납부한 의혹도 있다. 아들의 연예기획사에 계열사 자금을 부당 지원하고 부인 명의 회사를 계열사 거래에 끼워 넣어 부당한 수익을 챙긴 혐의도 함께 조사받고 있다.

그나마 깨끗하다고 알려진 LG그룹도 수사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 LG는 총수 일가 구성원들이 보유한 LG상사 지분을 ㈜LG에 매각하면서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가 아닌 일반 거래처럼 꾸며 100억원대의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통상 특정 매수·매도인 간 대량 거래는 장이 종료된 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이뤄져 상황에 따라 LG그룹 내에서 조직적으로 탈세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아일보] 김성화 기자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