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이 본 투표일이지만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관료들은 사전투표기간에 한 표를 행사한다고 한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으로 소홀해 질 수 있는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고 투표를 통한 선거참여 독려를 위한다는 설명이 붙기는 했다.
그런데 막상 동시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쳤음에도 도통 후보들의 변(辯)이 귀에 잘 들어오지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은 물론 후보자들도 말 한마디의 힘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민들은 일상에서 조차 쏟아지는 막말에 지쳐있는데 선거 때마다 네거티브, 막말 유세가 난무하다보니 유권자들이 귀를 닫아버리는 것은 아닌지 후보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기성 정치가 바뀌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 신진 정치인들이 지양해야 할 부분이기도 한데, 왠지 정치판에서만은 이런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나 보다. 유권자들은 진화하는데 과거를 답습하는 후보들을 보면 답답한 뿐이다. 권력을 쫓으러 출마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출마한 것인지 후보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우리의 선거법은 공정선거를 저해 할 수 있다는 이유로 6일간의 여론조사 공표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유독 기간이 긴 여론조사 공표제한을 두고 일각에서는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1998년 이틀로 제한하던 선거여론조사 공표제한을 폐지하며, 캐나다 연방최고재판소는 “정부는 유권자가 성숙하고 교양 있는 시민이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유독 우리 유권자들은 선거에 있어 미성숙하고 교양이 없는 것일까?
물론 여론조사로 동정표를 던지게 하는 언더독 효과나 유권자가 유리한 쪽으로 편승하게 하는 밴드웨건 효과 등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유권자들의 성숙도가 무르익었다는 것을 정부나 정당 모두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대응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변곡점에서 중요한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고, 공은 유권자들에게 넘어갔다.
지방선거는 내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일이다. 그럼에도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각각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내가 잘했니, 네가 잘못 했니 따위의 소음만 난무한다면 ‘이놈이나 그놈이나’라는 유권자들의 자조와 질타만 쌓여갈 것이다.
말의 힘을 중시 했던 마하트마 간디는 “생각을 조심하라 그것은 말이 되기 때문이다. 말을 조심하라 그것은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행동을 조심하라 그것은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습관을 조심하라 그것은 인격이 되기 때문이다. 인격을 조심하라 그것은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오는 12일까지는 공식 선거운동기간이다. 각 후보들은 자신들이 가진 생각을 유권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끝까지 전달해야 한다. 상대 후보가 문제가 있고, 나보다 못하니 지지해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책과 정치적 비전을 잘 전달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아야 한다. 또 유권자들은 중앙선관위원회 사이트나 각 가정으로 배달된 후보자선거공보를 통해 각 후보의 면면을 살피고 어떤 말로 표심을 잡고자 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에 나서길 바란다.
후보들이 앞에서는 “잘 하겠습니다”고 하고 돌아서서 네거티브 선거에나 열 올린다면 뒤통수에 “그 놈이 그 놈이지”나 돌려받기 십상이라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