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공매도 사고가 또 터졌다. 이번엔 골드만삭스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 4일 영국 런던에 있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주식 공매도 위탁을 받은 뒤 20개 종목 138만7968주의 결제 이행을 하지 못했다.
이번 사고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일부 주식에 대해 주식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내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측은 “직원의 수기 기장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대한 제재심의 결과가 곧 공개된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을 포함한 중징계 방안을 마련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달 말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영업정지 등 기관제재를 포함한 징계안을 담은 조치사전통지서를 삼성증권에 보냈다고 한다. 조치사전통지서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10일 전까지 조치대상 회사에 법규 위반 내용과 징계안을 담아 발송하는 문서다. 제재심위가 이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말경에는 열린다는 계산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6일 우리사주조합원 2018명에 대한 배당 과정에서 주당 1000원을 주당 1000주로 잘못 입력해 발행되지도 않은 주식 약 28억1000주를 입고하는 사고를 냈다. 이후 삼성증권 직원 22명이 1208만주를 매도 주문하고 501주에 대한 거래가 실제로 체결되면서 주가가 장중 12% 넘게 하락했다.
공매도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증권사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날카로워진 금융당국의 칼날이 증권사 전반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서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공매도 놀이터’라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나서다. 부실한 증권매매시스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꼴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공매도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엔 공매도 폐지 등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글이 10여건 올라왔다. 삼성증권 사태 이후로 보면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건수는 1500건이 넘는다.
이제 공은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이후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가 금방 나올 것이란 기대와 달리 조사는 연장의 연장을 거쳐 두 달 넘게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삼성전자 유령주식 사태가 왜 발생했고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 개선 방안을 제대로 마련했는지, 또한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삼성증권에 대해 어떤 제재를 내릴지 등도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만약 하나라도 미흡한 결과가 나온다면 비판의 화살은 금융당국으로 향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시 삼성증권과 유사한 일이 재발될 것이다. 증권사가 신뢰를 되찾고 금융당국이 유능한 기구로 거듭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당사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