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미정상회담은 이제 한반도 평화는 물론 번영공존이라는 새 시대를 향한 첫 발을 내딛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의 물꼬를 트면 한반도에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구축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동안 남과 북은 ‘안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대립과 대결을 거듭하면서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에 갇혀 지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평화’의 시대를 열게 된다면 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전망이다.
사실 이 길은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정부도 북미정상회담 이후 벌어질 새로운 국제질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철도, 빌전 등 다방면 남북교류 사업을 준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각 부처장관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현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기틀이 잡히고, 남북미 3국간 종전선언 합의가 이뤄질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단계적인 비핵화 이행 및 대북제재 해제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남북 경협은 과거의 경협과는 완전 다르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의 경협은 ‘안보’라는 가치보다 ‘경제’의 가치가 우선될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구도다. 그동안의 경협은 경제적 측면보다 안보적 측면이 우선되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평화와 번영 공존을 최우선 가치로 공유하는 남북 경협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 변화는 남과 북이 함께 하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국제정세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하게 된다. 군사안보적 힘이 강할 때 한국과 같은 중진국은 패권적인 힘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남과 북이 대립했던 것도, 냉전체제 이후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한미일’, ‘북중러’라는 울타리도 이번 북핵 비핵화를 통해 헐거워질 전망이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 화해와 교류를 선택할 경우, 이 울타리는 더 이상 무의미해 진다. 오히려 이젠 각 나라 간의 외교를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직접 이야기하게 될 전망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구체적 로드맵은 이미 제시됐다. 북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고 ‘남북미중일러’ 6자간의 경제적 평화체제를 구상해야 한다.
이제 남북관계뿐 아니라 한미, 한중, 한일, 한러 관계를 다각적으로 구축해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어렵사리 잡은 경협의 기회를 주변 열강들에게 내어주고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보다 능동적인 외교 전략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