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과 白이 만든 감동의 ‘미드’
黑과 白이 만든 감동의 ‘미드’
  • 오세열
  • 승인 2008.11.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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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다.

독립이후 232년의 미국 역사뿐 아니라 세계 역사에도 기록되어야할 사건이다.

2008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47)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누르고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낫고 어려서는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인도네시아에 가 살면서 외할머니가 키웠다.

그의 이름에는 지금도 ‘후세인’이란 중간이름이 들어있다.

그는 흑인이지만 백인의 삶을 살았다.

그런 그가 미국의 새 지도자가 된 것은 안으로는 인종과 이념갈등을 치유하고 밖으로는 좀더 민주적인 다원화된 국제사회를 창출해 달라는 시대적 요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건국한지 232년 만에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이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 한지 146년만의 일이다.

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 꿈이 있다’며 흑인의 민권을 만천하에 선포한지 45년만의 일이기도 하다.

미국의 인구 구성상 흑인 비율이 13%에 불과한 현실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비단 미국사회가 진일보 했다고 상찬 하는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이 흑인 대통령을 선택함으로써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등을 구현하고 화해 융합의 정신을 지구촌에 더욱 널리 퍼뜨리는 큰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한다.

출신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평가받는 기회가 미국이며 ‘아메리칸드림’은 여전히 살아있는 꿈임을 입증한 것이다.

게다가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 해서 미국이 금방 인종평등의 천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변방’출신 대통령은 오바마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50년 전에 케네디는 ‘아일랜드인과 가톨릭교도는 미국의 주류가 아니다’는 금기를 깨고 대통령에 당선 됐다.

오바마의 당선도 유색인에 대한 미국 주류사회의 정치적 편견을 희석시기 기만하면 충분하다.

실제로 케네디 이후 미국에서 가톨릭 정치인은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았다.

2004년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 존 케리도 구교도였고 오바마의 부통령 바이든도 미국의 첫 구교도 부통령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오바마와 케네디를 겹쳐 봐야 보인다.

둘 다 미국 사회의 주류에서 배제된 변방 출신이라는 점이다.

젊고 매력적인 달변의 상원의원 출신 이라는 점부터가 똑같다.

케네디가 미국의 원대한 꿈을 펼칠 ‘뉴프런티어’를 비전으로 내걸었듯이 오바마도 부시가 훼손한 미국의 꿈과 리더십의 복원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피부색과 성장환경만 다를 뿐 인간적 조건과 정치적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오바마는 케네디의 환생이다.

2004년 7월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무명의 일리노이 주 의원 버락 오바마가 기조연설자로 간택된 것도 그가 미국의 꿈을 상징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날 오바마는 가난한 흑인 학생이 하버드 사상 처음으로 ‘하버드로 리뷰’의 편집장이 되고 일리노이 주 의원 까지 된 것은 다른 나라에서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며 또 자신처럼 웃기는 이름을 가진 혼혈소년에게도 설자리를 마련해주는 나라가 미국이면서 또 신이 미국에 내린 큰 축복이라 하겠다.

민주당은 백악관만 아니라 상하의원까지 장악했다.

1980년대선에서 로널드레이건이 당선된 이후 오른쪽으로 향하던 항공모함이 30년 만에 왼쪽으로 선회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동안 공화당 정부는 시장 만능주의에 근거한 감세와 규제완화 작은 정부를 절대 선으로 신봉해왔다.

그러면서 위에서 아래로 물이 스며들 듯 전체가 고루 혜택을 볼 것이라고 믿었다.

그 성과는 부인 할 수 없지만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10조 달러가 넘는 국가 채무인 월스트리트 발 금융위기가 그 증거다.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초고속 층과 의료보험 조차 없는 4600만 빈곤층이 공존 하는 것도 그렇다.

오바마는 당선 소가에서 ‘미국에 변화가 오고 있다’며 단결을 호소했다.

좌우와 흑백을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로 미국이 필요로 하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다.

그가 공화당 매케인 후보를 누를 수 있었던 것도 경제이슈 때문이다.

미국에서 난 불이 지구촌 전체로 번지고 있다.

급한 불부터 꺼야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불가피하고 탁월한 리더십이 없이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바마는 좌우를 망라해 금융위기라는 현실을 안고 등장한 만큼 대책부터 마련해야한다.

그자신이 미국 사회의 마이너리티로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것처럼 지구상에는 소외되고 편견에 시달리는 개인이나 민족 국가가 적잖게 있다.

그들에게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적극 돕는 일도 오바마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