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됐지만 저소득 가구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쪼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 선순환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소득주도 성장’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소득의 증가를 유도하는 것 외에도 가계부채 문제나 조세, 준조세의 실효성을 높이는 보완정책이 시급하다.
가계소득 하위 20%인 1분위 근로자 가구의 올해 1분기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전소득은 생산 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나 가족 등이 보조하는 소득을 말한다. 1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이전소득은 59만7000원을 기록, 근로소득 47만2000원을 넘어섰다. 이전소득이 근로소득보다 많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지원받은 돈이 직장을 다니면서 번 월급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결국 빈곤층이 근로소득보다 국가재정으로 버틴 셈이다.
저소득층의 이전소득이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관측이지만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근로시간이 감소하면서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줄어드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저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이 찔끔 오를 때 세금, 연금, 사회보험, 대출이자 등이 증가하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들어 가계 살림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1분위 근로자 가구의 올해 1분기 월 근로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06월 올랐지만 세금 등 비용은 2만6277원 늘어났다. 이는 근로소득이 늘었지만 사실상 선택의 여지없이 지불해야 할 돈이 더 늘어났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조사비 등 가구 간 이전 지출과 종교단체, 사회단체 기부금 등 비영리단체로 이전한 자금을 합하면 써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돈인 ‘비소비지출액’ 규모는 더 커진 셈이다.
이런 현상은 2분위 근로자 가구에서도 나타났다. 2분위 근로자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이 2만5690원 늘어 세금,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 증가액 2만5473원을 약간 웃돌았다. 하지만 세금, 연금, 사회보험, 이자비용에 가구 간 이전 지출, 비영리단체로 이전한 자금을 더한 비소비지출은 5만8754원 늘면서 근로소득 인상의 효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반면,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상위 20%)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은 137만9313원 불어난데 비해 비소비지출은 그 절반이 못되는 61만2998원이 증가하면서 근로소득 상승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문제는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은 앞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라는 점이다. 시중금리가 상승국면으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대출을 늘린 가계의 상환부담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올해 1분기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8% 감소했는데 이자비용은 33% 뛰었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약4만2200원으로 작년 동기 3만1800원보다 32.9% 늘어났다. 반면, 소득은 128만7000원으로 같은 기간 8.0% 감소하며 엇갈렸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확대되면서 저소득 가구를 한계가구로 등 떠미는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근로시간 감소로 근로소득이 줄고 세금이나 대출이자 등이 증가하면 결국 가계 전반이 소비를 줄이면서 경기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저소득층 소득여건 개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