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획일적 정보공개는 인권침해"
인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획일적 정보공개는 인권침해"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5.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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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적사항을 획일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A씨가 낸 진정을 검토해 병역의무 기피자 공개제도가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말 민간 대체복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고, 병역법 위반에 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병무청이 개인정보를 공개한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되고,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병무청장에 아직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대체복무 희망 의사를 밝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병무청은 병역의무를 기피하는 사람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해 향후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병역기피를 예방하는 ‘병역의무 기피자 공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병역법에는 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사항 등 공개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병역의무기피공개심의위원회가 질병, 수감 또는 천재지변 등 사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위원회가 병역의무 기피자를 공개할 실익이 없거나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인권위는 병역의무 기피자 공개제도가 병역기피 예방이라는 목적의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등에서 인정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는 권리로, 인적사항 등을 공개한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적사항 등 공개를 결정할 때 입법목적과 공익성, 당사자 기본권 침해 정도를 합리적으로 고려해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