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열사 단속 들어간 농협중앙회, 구조조정 신호탄?
[단독] 계열사 단속 들어간 농협중앙회, 구조조정 신호탄?
  • 성승제·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5.3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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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억원 ‘사업재편보고서’ 초안 완료… 노조 거센 반발 예고
농협중앙회가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범농협 계열사 사업재편 전략' 컨설팅 보고서 초안 작성을 최근 완료했다. 보고서에는 △매년 200명 이상 인력감축 △개인별 성과평가제도 도입 △직급별 호봉 상한제 도입 등의 추진과제가 담겼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가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범농협 계열사 사업재편 전략' 컨설팅 보고서 초안 작성을 최근 완료했다. 보고서에는 △매년 200명 이상 인력감축 △개인별 성과평가제도 도입 △직급별 호봉 상한제 도입 등의 추진과제가 담겼다.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가 계열사 인력을 감축하고 개인별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인력 감축 정보를 입수한 NH농협 노조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자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했다. 오는 6월 초 계열사 구조조정과 성과연봉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인데 어떤 내용이 담겼느냐에 따라 노사간 치열한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농협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2월부터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한 34개 계열사 중 3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범농협 계열사 사업재편 전략’을 추진 중이다. 사업재편 전략은 외주를 받은 컨설팅업체와 회계법인이 투입됐으며 이달 말 ‘범농협 계열사 사업재편 컨설팅 보고서’로 작성돼 농협중앙회장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달 말 최종보고서가 완료되면 6월부터 각 계열사별 이사회 합의를 거쳐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용역자금을 포함해 총 32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된 것은 컨설팅 보고서 초안에 인력감축과 개인별 성과평가제도 등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매년 200명 이상 인력감축 △개인별 성과평가제도 도입 △직급별 호봉 상한제 도입 △통합메리트 제도 고도화 △영업본부의 인사권·예산권 회수 △4~5급 승진 인사고과기간 5년 이상 확대 등의 추진 과제가 담겼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컨설팅 보고서의 전체 분량은 총 10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두껍다”면서 “농협 직원들에겐 이 문건이 사실상 블랙리스트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을 파악한 노조는 곧바로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농협 노조는 지난 28일 오후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실을 항의 방문해 노조와 합의를 거치지 않은 부분을 삭제 및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초안 보고서는) 사실상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는 뜻”이라며 “박근혜 정부 시절 논란이 된 성과연봉제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것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허 부회장으로부터 항의방문 과정에서 인력수급계획과 복리후생 등 중요사안은 노조와 합의 없이 처리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이는 구두계약에 불과하다”며 “최종 보고서에서 관련 안건이 삭제되거나 수정되지 않으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 계열사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노조가 성명서를 내고 관련 안건을 삭제 및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의 성명서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중앙회 계열사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담은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노조가 성명서를 내고 관련 안건을 삭제 및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의 성명서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저한 보안 속 사업재편 추진 왜?

농협중앙회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실상 내부 감사에 돌입한 것은 2012년 신경분리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번 사업재편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수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농협의 또 다른 관계자는 “노조에서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사업재편 컨설팅이 진행됐다”면서 “최근에 관련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알고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파악하기 위해 치밀한 내부 정보싸움을 펼쳐야 했다”고 귀띔했다.

농협중앙회가 이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서 사업재편 컨설팅을 추진한 이유는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신경분리 이후 농협중앙회 중심의 계열사 관리가 이전보다 더 힘들어졌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계열사는 점점 늘어나거나 덩치가 커지고 있는데 효율적인 관리가 힘들다 보니 내부 감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신경분리 이후 NH저축은행, NH투자증권, NH선물 등 굵직한 계열사들이 대거 탄생했다.

일각에선 200명 규모의 인력감축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에 소속된 인력만 수만명에 이른다”면서 “비중으로 따지면 200명 규모의 인력 감축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노조의 입장은 다르다. 인력과 복리후생 부문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사업재편 보고서에서 신용부문(농협금융지주 소속)과 경제부문(농협경제지주 소속) 인력까지 감축한다고 발표한다면 농협중앙회는 금융노조뿐 아니라 민주노총 산하 사무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꺼렸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재편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인력감축과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다만 "전 계열사 경영진단을 통해 비효율을 개선하고 시장경쟁에서 뒤쳐진 계열사의 경쟁력을 재고하기 위해 사업재편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성승제·이혜현 기자 bank@shinailbo.co.kr /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