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북·미 정상회담이 물건너 가는 듯 보였으나 토요일인 지난 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철저한 보안 속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은 그 형식도 파격적이었다. 4월27일 판문점 회담을 통해 무르익은 한반도 평화무드를 이어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문제인 대통령을 한달음에 통일각으로 향하게 했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도 북·미 정상회담이 자칫 무산되면 고립의 늪에 더욱 깊게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다급함이 엿보였다.
이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담 날짜도 12일로 거의 확정되는 분위기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그야말로 극적이 순간의 연속이었다.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깜짝 제의했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수용하면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회담을 취소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남·북 정상의 주말 깜짝 회동을 통해 다시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냈다. ‘숨 가쁘게 돌아간 일주일’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적합한 단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드라마틱한 시간들이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통일각과 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에서는 북한과 미국 실무자 간의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 한국을 찾은 실무협상팀은 지난 27일부터 사흘째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북한 실무협상팀과 마주앉아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이들은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서 긍정적인 접근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8일에는 또 다른 북·미 정상회담 실무팀이 싱가포르에 도착, 다음 날부터 북한의 실무팀과 의전과 경호 등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준비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예정대로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준비 시간이 부족해 투 트랙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측의 실무팀들이 협의를 통해 합의문 초안을 작성하면 북측의 최종 입장을 정리한 합의문을 들고 북측 실무 총책임자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차례나 평양을 찾았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답방 형식도 띄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합의문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이 정리 되는대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세 번째 평양 방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최종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나설 북·미 정상은 이제 오로지 성과만을 바라봐야 한다. 지구촌의 평화를 바라는 수십억의 눈과 귀가 온전히 두 사람에게만 향하고 있음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평화를 향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반드시 도출해내야 한다. 역사적 사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인류를 위한 큰 걸음을 떼어주기 바란다.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고는 합의에 다다를 수 없다. 외교와 협상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다. 지구촌의 평화 정착을 위한 대승적 합의에 이른다면 전 세계는 그리고 역사는 이들의 업적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구 소련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도 그렇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