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6개월, 그 후①] 미투 무색한 성폭력 2차 피해 ‘심각’
[미투 6개월, 그 후①] 미투 무색한 성폭력 2차 피해 ‘심각’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5.29 12: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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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5건중 1건서 ‘2차 피해’ 발생

올해 상반기 우리 사회를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다. 성폭력의 폐해를 알리고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세상 앞에 당당히 선 피해자들은 신상노출로 인한 사생활침해, 무분별한 인신공격, 명예훼손 등의 역고소 등 성폭력 2차 피해로 또 한번의 상처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2017년 상담통계 분석'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상담 869건 가운데 2차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률은 19.3%로 5건 당 1건의 비율을 보였다.

이 조사는 미투 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조사된 것이기 때문에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성폭력 범죄에 대한 폭로가 증가하게 된 지금은 그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차 피해 중에는 피해자의 가족·주변인에 의해 발생한 경우(25.1%)가 가장 많았고 이어 직장 내 피해(18%)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주로 “네가 참아라”, “없었던 일로 해라” 등 사건 은폐를 요구받은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고, 직장의 경우 조직의 안정을 이유로 인사불이익, 신고 철회 강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심지어는 신고가 무시당하는 경우도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된 사례중에는 경찰·검찰·법원에 의한 피해(17.5%)도 있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수사과정 중에 “모텔 가는 것 자체가 동의 아니냐?” “무고죄로 될 수도 있다”는 식의 발언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울러 피해자가 도리어 피의자로 ‘역고소’를 당하는 경우도 18건이나 됐다. 이 중 16건이 가해자가 고소한 사례였다.

특히 가해자들은 무고나 명예훼손 등의 법적 대응을 성범죄 혐의에 대한 자신의 방어수단으로 삼고 있다. 실제 경찰청 통계 등을 살펴보면 성폭력 범죄 가해자가 상대방을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비율은 전체 무고죄의 37~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피해자들이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추가적인 금전적‧시간적 손실을 감수해야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피해자를 압박하고 위축시켜 결국 또 다른 상처를 입히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수많은 장벽과 2차 피해를 겪으며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역고소의 경우 피해자는 정서적·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 자체가 부정되는 심각한 고통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폭력 2차 피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의 정확한 조사나 자료는 턱없이 부족해 정확한 실태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