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전반기 의장 퇴임 하루를 앞둔 2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년간 입법부 수장으로서의 소회를 밝힌 정 의장은 국회의 부끄러운 성적표를 언급하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정 의장은 우선 국회의 관행과 문화, 제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그래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의원의 역할로 입법 활동이 최우선이 돼야함에도 선후가 바뀌어 지역구가 1번, 정당이 2번, 입법이 3번이 되는 것은 있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정 의장의 이런 지적은 그동안 국회가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데에 대한 탄식으로 읽힌다.
개헌문제와 관련해 정 의장은 국회 개헌특위가 만들어지고 1년 반이나 가동했는데도 국회 개헌안 하나를 만들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성적표라고 안타까워했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지 못해 임기 내 처리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자기 고백도 이어졌다.
물론 정 의장 임기 2년 동안 성과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 전반기 대비 법안처리는 13% 이상 증가했다. 의회외교 강화, 의원 불체포특권 남용 막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금지 등도 작지 않은 성과물이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지난 2년간의 국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외에는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국회가 앞장서서 탄핵을 이뤄낸 게 아니라 촛불과 국민의 요구에 등 떠밀린 모양새였다. 오히려 국회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정파적 이익으로 갈라지면서 한국정치를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행태는 국민들의 눈에는 정당, 정파의 당리당략에 빠져 수권정당의 능력을 갖추기보다는 국회의원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이합집산을 정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현재 국회의 구성원들이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는 집단인지조차 의심하고 있다.
특히 긴장과 대립으로 국민의 삶까지 옭아매던 남북 관계가 올해 들어 평화와 공존, 번영의 새로운 기류로 바뀌는데 반해 일부 보수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과거의 대립과 냉전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깃장을 놓는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겨레와 국가의 평화와 번영보다 자신과 특정 정파의 살길에만 몰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28일은 5월 임시국회 마지막이자 20대 국회 전반기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당장 29일 정 의장을 포함한 국회의장단이 퇴임하면 국회 의장뿐 아니라 의장단 모두 빈자리가 된다. 하지만 국회는 아직 차기 의장단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언제 의장단과 원 구성이 마무리될지 가늠조차 힘들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6선의 문희상 의원을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해놓은 상태지만 각 상임위 등 논의가 되지 않아 짧은 시간 안에 의장단과 원 구성을 끝마치기 어려운 상태다.
정 의장의 퇴임 기자간담회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현재 국회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 20대 국회 전반기가 지났을 뿐이다. 남은 2년간의 후반기 국회는 이를 교훈삼아 이하는 국회,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