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시재생 뉴딜, 죽은 땅에 물 주기?
[기자수첩] 도시재생 뉴딜, 죽은 땅에 물 주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5.2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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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에 수분이 부족하면 식물은 시들어 버린다. 그러다 충분히 물을 주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난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하로 수분 부족을 겪게 된 식물은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줘도 살아나지 못한다. 이 같은 상태를 농업전문용어로 '영구위조(永久萎凋)'라 부른다.

원래부터 물이 풍족한 상태였다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가뭄철 한정된 물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 농부는 어떤 밭에 물을 줘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밭은 당연히 생존 가능한 작물이 심겨져 있는 곳이 돼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이와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30년 안에 전국 지방도시 중 30% 가량이 인구소멸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상당 수 도시에서 '식물의 수분'과도 같은 사람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도시는 영구위조점을 이미 지나버렸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처럼 죽어가는 도시를 살리기 위해 총 5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정된 자금으로 살려내야 하는 낙후 도시는 500여곳에 이른다.

단순히 노후화된 인프라를 개선하고, 주택을 새로 짓는 것을 넘어 청년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멈춰 있던 경제의 바퀴를 다시 돌게 한다는 것이 도시재생 뉴딜의 기본 취지다. 한 마디로 죽어가는 도시를 다시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부동산시장 과열 우려지역을 뉴딜 사업에서 배제한다는 기준이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 시키는 것이 정부 정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도시재생지 선정의 절대적 기준 처럼 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낙후된 도시의 부동산이 다시 달아오를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과열을 너무 염려한 도시재생은 자칫 영구위조점을 지나버린 밭만을 골라 물 주기 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뉴딜사업의 목적이 도시를 살리는 것인지, 부동산 과열을 막는 것인지를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