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예원 논란, 여론재판 멈춰야 할 때
[기자수첩] 양예원 논란, 여론재판 멈춰야 할 때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5.27 15:35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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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델 성추행’을 폭로한 유명 유튜버 양예원씨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양예원씨가 자신의 SNS에 게재한 동영상에서 과거 서울의 모 스튜디오에서 수차례에 걸쳐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동영상에서 양예원씨는 스튜디오 실장에 의해 강압적으로 진행한 촬영으로 20여 명의 남성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고, 최근에는 한 포르노 사이트에 당시 촬영한 누드 사진이 유출돼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충격적인 폭로에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그러다 최근 실장이 한 매체를 통해 과거 양예원씨와 주고받았다는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실장이 공개한 메시지에서 양예원씨는 당초 주장과 달리 학원비 등의 문제로 먼저 촬영을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접한 다수의 네티즌들은 ‘무고죄’를 거론하며 양예원씨를 향한 거센 질타를 보내고 있다.

이에 양예원씨는 ”당시 자포자기 심정이었다“면서 ”모르면서 함부로 얘기하는 건 견디기 힘들다. 모든 것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예원씨의 말처럼 이번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것은 법원이다. 여론재판 식으로 섣불리 양예원씨에게 무고죄를 씌우는 것은 말 그대로 2차 가해다. 그간 스튜디오 실장을 향해 쏟아졌던 거센 질타들과 추측들은 이른 마녀사냥이다.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이 같은 여론재판과 마녀사냥으로 인한 2차 가해는 미투 운동의 가장 큰 어둠이다.

타인의 부도덕한 죄과(罪過)를 접했을 때 느끼는 분노는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고 죄과가 확실해졌을 때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양측의 주장이 다르고 사실이 분명치 않을 경우, 이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개인의 몫이 아니다.

대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양예원씨와 스튜디오 실장 모두를 함부로 비난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법원이 분명한 ‘진실’을 가리면 그 때 질타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미투 운동은 고통의 시간을 인내해 온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움직임이다. 혹여 스스로의 잘못된 판단이 이 운동을 ‘변질’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좀 더 예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