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연둣빛 가득한 세상을 바라보며 봄의 정취에 감탄하는 나를 깨우듯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린다. 예비후보자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박카스를 주고 있다는 제보전화다. 또 어떤 예비후보자는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있는데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고 묻는다. 아, 나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단속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와 관련해 음료수 한 병, 차 한번 태워주는 것도 기부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일단 나는 그 예비후보자들 사무실에 전화해 그런 일을 실제로 했는지 묻는다. 그는 선거법에 위반되느냐, 위법인줄 몰랐다고 말한다. 난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하니 하시면 안 된다 말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다. 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고서 순식간에 도망가는 예비후보자와 그를 잡으러 다니는 선관위 직원이….
오는 6월13일은 주민의 손으로 동네 일꾼을 뽑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지방선거는 나와 내 가족의 삶과 직결돼있는 것들을 바꿔주고 해결해줄 사람들을 뽑는 생활민주주의선거다. 그렇다면, 지방선거가 처음부터 동네 민주주의의 출발점이었을까? 1949년 7월4일에 지방자치법이 처음 제정 1952년 2월 최초의 지방선거를 실시했다. 1960년 12월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함께 선출했으나 1961년 5·16군사쿠데타로 지방의회가 해산되고 지자체장은 중앙정부의 임명제로 전환되고 만다.
1987년 민주화 이후인 1991년에야 30년만의 지방의원선거가 다시 실시되면서 지방선거가 부활했다. 지방자치단체장선거까지 4개 선거를 동시에 실시한 1995년의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이르러 본격적인 지방자치의 시대가 열리고, 이후 횟수를 더해가며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한 종류의 선거가 아니다. 도지사와 군수, 도의원과 군의원을 선출하고 여기에 지방의원 정당 투표 두 종류와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까지 뽑는 무려 7가지의 선거다.
투표소에 들어가서 7장의 투표용지에 있는 각 후보자 이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찍기 놀이를 하고 나올 것인가? 선거의 주인공은 후보자나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다. 주인의식을 가진 유권자의 투표가 선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지난 많은 선거에서 경험했다.
내가 살고, 일하고, 머물고 있는 우리 동네, 우리 고장, 우리 지역을 성심을 다해 돌볼 ‘준비된’ 후보가 좋겠지.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똑똑한 후보는 어떨까, 똑똑하지 않아도 순발력 있게 일처리를 해낼 수 있는 후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순발력이 없어도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후보, 나는 이런 사람을 선택하련다. 그럼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다행이다. 아직 선거가 20여일 남아 있다는 것이. 우리 유권자는 그 동안 어떤 사람을 골라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국가와 후보자가 제공하는 정보도 많지만, 후보자의 평소 자질을 통해서 참된 일꾼을 알아보고 뽑는 것은 민주시민사회의 주인, 유권자의 몫이 아닐까?
2018년 올해는 우리 민족이 역사상 처음으로 ‘주권’을 행사한 5·10총선거가 있은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다”라는 티비 앵커의 말을 되뇌어본다. 세상을 바꾸는 주체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이다. 그대가 지역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