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선희 "북미회담 재고려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 美펜스 비판
'세기의 회담' 놓고 기선제압용 기싸움?… 주말 싱가포르서 북미 접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대가로 체제안전보장을 강조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무르익는 듯 했으나 24일 북한이 다시 대미경고 담화를 내놓으면서 다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은 이날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 부대통령(부통령) 펜스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최근 발언을 정조준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만약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이 끝난 것처럼 끝나고 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부상은 "대미 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 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양측이 '세기의 대화'를 높고 기선 제압을 위한 기싸움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양측이 정말로 정삼회담을 취소하고 강경대치 국면으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미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을 삼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려의 최측근이자 회담 준비작업을 지휘하는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나는 6월12일로 예정된 그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데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북한 역시 '리비아 모델'에 대한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만을 문제삼고 있다는 사실로 미뤄봤을 때 완전히 판을 엎으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이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 관리들을 만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기획 회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대표단은 사전 접촉에서 회담 의제는 물론 장소, 형식, 인력 및 물자 이동 등의 세부 내용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미 양국의 핵심 인사들 간 장외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오는 31일 북한을 방문한다.
이에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북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온 러시아가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