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술 없는' 대학축제…새로운 축제문화 등장하길
[기자수첩] '술 없는' 대학축제…새로운 축제문화 등장하길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8.05.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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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축제 때 'Lounge H'라는 행사가 열린 적이 있다. 당시 재학 중이던 배우 장근석과 하석진이 축제기간 중 라운지 바 운영을 기획하고 그들이 직접 디제잉부터 칵테일 제조, 서빙까지 하면서 일반 재학생들과 어우러진 행사였다. 축제기간엔 교수와 학생 사이의 딱딱한 관계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져 새벽까지 주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이처럼 대학교 내에서 교수와 학생, 연예인 재학생과 일반학생이 어우러지는 시기는 사실상 주점 때가 유일했다. 주점은 대학교 축제의 꽃이었다.

올해부터는 대학교 축제 기간에 주류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원칙적으로 대학교 주점은 불법이다. 주세법에 따르면 주류 판매업을 하려는 자는 관할 세무서장의 면허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주점은 그 동안 암묵적으로 용인돼 왔을 뿐이다. 그렇지만 지난 4월 국세청이 교육부 측에 주세법령 협조를 요청하자 교육부는 지난 1일 각 대학교에 이를 준수해달라는 공문을 발송, 사실상 주점 운영 금지조치가 이뤄졌다.

축제를 앞둔 대학가에서는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술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반긴다. 축제기간 술로 인한 범죄나 사고가 심심찮게 벌어지곤 했던 것이다. 대학교 주점에서는 신분증 검사를 거의 하지 않아서 외부 미성년자들이 쉽게 드나든다는 점도 문제였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대학생들은 오랜 기간 관행으로 자리 잡은 주점문화를 갑작스레 제재당해 불만스럽다는 입장이다. 미리 술을 대량으로 사둔 곳은 금전적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시절의 축제와 주점을 즐거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나에게는 이 같은 상황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부터 직장회식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모임이 술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우리 문화에서 술을 팔지 못하는 대학축제가 쉽게 그려지지도 않는다. 현재 축제기간인 대학교 주점들 사이에서 '술 배달서비스'나 '안주값에 술값 포함' 등의 편법 판매가 등장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기존 관행을 바꾸는 과정은 언제나 낯설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면 기꺼이 그 낯섦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법이 그렇듯 주세법 또한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이 옳다. 대학생들에게만 예외를 둘 이유는 없다. 앞으로의 대학주점이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데 머물러 편법으로 얼룩진다면 무척 안타까울 것 같다. 그 동안 '술'에 얽매여 생각해보지 못했던, 참신하고 유쾌한 대학교 축제문화가 새롭게 등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