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1일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과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날 무기명으로 실시된 투표에서 홍 의원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75명 가운데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로 부결됐고 염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홍 의원은 사학재단을 통한 뇌물 수수 혐의로, 염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 등으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홍 의원과 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으로 지난 19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유한국당 권선동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에 대한 검찰 지도부의 수사 외압 의혹이 최근 불거지면서 향후 수사의 향방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시선도 아랑곳 않고 불법과 비리를 비호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삐뚤어진 동료애로 ‘방탄국회’를 자임한 정치권은 여야를 떠나 국민들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 ‘제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국회가 무슨 낯으로 국민을 설득하던 당위성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관행의 저간에는 자신들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선량(選良)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들이 잘못을 하면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자신들은 특별한 사람들이기에 어떤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도 법의 심판에서 자유롭다는 삐뚤어진 의식이 그들 가슴 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참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不逮捕特權)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불체포특권이란 공권력의 체포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다. 회기 중에 등원을 보장하는 면책특권과 함께 국회의원 대표적 특권 중 하나다. 이 두가지 특권 덕분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한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으며 설사 체포나 구금됐더라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석방된다. 1603년 전제군주와 맞서던 영국 의회가 처음으로 법제화했고 우리나라는 건국 헌법을 제정한 1948년부터 명문화했다. 이 제도는 군사독재정권시절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지켜내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체포특권을 악용, 개인적 비리 수사까지 방해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꾸준히 재기돼왔다. 이를 의식한 듯 국회의원 선거 때면 후보들은 각종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막상 ‘금배지’를 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표변한다. 약속을 애써 외면하는 것을 넘어 아예 그런 특권들에 기대어 각종 일탈을 자행한다.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20표 이상의 반대표가 쏟아져 나왔다. 결국 ‘초록은 동색’이었다는 얘기다. 각자의 정의를 외치며 첨예하게 대립하는 듯 보이는 이들이 자신들의 특권과 이익 앞에서는 야합을 넘어선 초당적 결속을 보이는 것이다. 당리당략 앞에 민생법안은 표류하는데 세비 인상 등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는 일사천리로 처리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계와 정치인을 믿지 못하는 이유다. 오죽하면 경재계와 문화예술계 등과는 달리 정치판이라고 부르겠는가. 21일은 대한민국의 정치가 또한번 사망선고를 받은 날이다. 정치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