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로에 놓인 삼바…금융당국 정의의 칼 뽑아야
[기자수첩] 기로에 놓인 삼바…금융당국 정의의 칼 뽑아야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5.23 08:00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소불위 삼성의 경영활동에 금융검찰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상장을 앞두고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판단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당시 91.2%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픽스를 관계사로 전환해 지분가치를 2905억원인 장부가격이 아닌 4조8085억원의 시장가격으로 잡아 실적을 부풀렸다는 것.
 
실적을 부풀린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3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다 하루아침에 1조9000억원 규모의 흑자를 내는 알자배기 계열사로 탈바꿈해 2016년 상장하게 된다.

상장하자마자 단박에 시가총액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상장배경은 석연치 않았다. 당시 상장규정에 따르면 적자기업은 상장할 수 없었지만 한국거래소가 돌연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자본금 2000억원 이상만 갖추면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심사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해 상장요건을 완화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15년 당시 삼상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6.3%를 보유한 제일모직이었고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다.

삼성바이오에픽스를 관계사로 바꾸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는 상승했고 이는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이어져, 결국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데 유리하도록 작용했다.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0.35주로 책정됐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주식을 단 한주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두 회사의 합병으로 손쉽게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25일 2차 감리위를 앞둔 금융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가 아닌 삼성이 왜 이 같은 무리수를 두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을 부풀렸는지, 당시 금융당국은 왜 이를 묵인했는지에 집중하고 사안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 사전 공개에 대해 공방을 벌이며 미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고 감리위원회는 구성부터 불공정 논란에 휘말리며 순탄치 않은 행보를 걷고 있다.

삼성의 경영승계 문제를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하는 현 시점에서 금융당국은 삼성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고 끝까지 독립성을 유지해 정의가 바로서는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