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가시화… 금융지주 판도변화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가시화… 금융지주 판도변화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5.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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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이 4년여 만에 다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

우리은행은 21일 공시를 통해 종합금융그룹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 초 지주사 출범을 목표로 이사회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 지주사 전환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마치고 나서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리금융지주 설립을 지원 사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이 그동안 지주사 전환에 매달린 것은 은행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은 2014년 11월 우리금융지주를 우리은행에 흡수 합병했다. 5대 시중은행 중 금융지주 체제를 갖추지 않은 유일한 금융회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비은행‧글로벌부문의 사업 확장에 제약이 있었고 시장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었다.

은행은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넘겨 출자할 수 없어 여러 자회사를 거느릴 수 없는 반면 금융지주사는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캐피털, 자산운용 등 다양한 부문의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우리종합금융과 우리카드, 우리PE자산운용 등 7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는 곳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 등 2개사뿐이다.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945억원이다. 이중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은 각각 395억원 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우리은행 개별 기준 순이익은 5459억원이다.

이는 다른 금융지주들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등의 자회사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부문 수익 규모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카드와 증권·자산운용·보험 등 비은행 부문에서는 수익 규모와 영업 경쟁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된 후 적극적으로 종합금융지주로 몸집불리기에 나선다면 금융시장 판도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과 자회사 간에는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없지만 금융지주사는 이 같은 제약이 없어 자회사와 협업을 통해 신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출자한도도 증가한다. 현재 우리은행의 출자여력은 6000억~7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출자한도가 7조원까지 늘어나 비은행 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에 용이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앞서 KB금융은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합병을 통해 리딩뱅크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 우리은행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차례로 신청해 승인 받은 뒤 주주총회 승인, 상장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순께 이사회 결의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 신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지주회사 인가 기준은 △주식회사로서 사업계획이 타당하고 건전할 것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을 갖추고 있을 것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등이 되는 회사의 재무상태 및 경영관리상태가 건전할 것 등이다.

우리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 보유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었지만 금융당국이 선 지주전환, 후 지분매각 입장을 내놓으며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