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남도, 휘질기의(諱疾忌醫) 귀담아야
[기자수첩] 충남도, 휘질기의(諱疾忌醫) 귀담아야
  • 김기룡 기자
  • 승인 2018.05.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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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뜻을 가진 휘질기의(諱疾忌醫)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병을 숨기고 고치려고 하지 않아 결국 자신의 몸을 망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이 있는데도 남의 충고를 듣지 않으려 하는 그릇된 태도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

중국 전국(戰國) 시대의 의사인 편작(扁鵲)이 채(蔡)나라 환공(桓公)에게 피부병을 치료할 것을 권했으나, 환공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화를 내며 치료를 거부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고사에서 유래한다.

충남도가 수개월째 산하기관장을 공석으로 방치하고 있으며 기획관리실장과 소방본부장 간 갈등을 숨기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는 또 충남 청양에 사는 여성이 SFTS로 사망한 사실을 4일 후에 이 사실을 알렸다. 도가 ‘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는 지적이다.

특히 도는 최근 정부가 충남해역에서의 연안자망(닻자망) 어업을 규제하자 태안군 어민들이 이번 조치로 어업에 미치는 손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무슨 이유로 농성을 하는지 알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산업법 시행령(공익의 필요에 의한 어업의 제한·정지 등)에 따르면 이들의 연안자망 어업면허는 제한 또는 정지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조치가 어업에 미치는 손실에 대한 보상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없이 법을 집행했다면 무효다.

이런 상황에서 도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안어선 감척사업 동참을 제시해 상호 합의를 봤다고 한다.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방법에 생겨난 문제가 생겨나 갈등이 쉽게 사그라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이들은 연안자망 어업 취소에 따른 것이므로 새로운 사업이 아니다며 즉시 처리를 주장하지만 도는 감척사업은 새로운 사업이므로 120일 간의 공고기간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도의 주장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들이 ‘부처님 오신 날’까지 농성을 이어간다면 75일째가 된다. 인권도정을 부르짖는 도가 잘못된 행정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도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궁영 도지사 권한대행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대목이다.

[신아일보] 김기룡 기자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