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5·18 성폭행' 언급… "진상 철저히 조사해 밝힐 것"
文대통령, '5·18 성폭행' 언급… "진상 철저히 조사해 밝힐 것"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8.05.18 14: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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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사… 참석은 안 해
"오월 광주로 정의 잊지 않아… 민주주의로 확장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인 김소형씨를 위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인에 의한 여성 성폭행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는 것에 대해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보듬는 것에서 진실의 역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 같이 밝힌 뒤 "성폭행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국방부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가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릴 것"이라며 "피해자 한 분 한 분이 인간의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삶, 한 여성의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유린한 지난날의 국가폭력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38주년을 맞았다. 한 세대를 넘는 긴 시간이자, 피를 흘리며 민주주의를 이뤄낸 고통의 시간이었다"며 "광주 영령들을 숙연한 마음으로 추모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았던 많은 시민의 눈물을 돌아본다"고 언급했다.

또 문 대통령은 "그날 오후 집으로 돌아오던 여고생이 군용차량에 강제로 태워졌고 새벽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던 회사원이 총을 든 군인들에게 끌려갔다"며 "평범한 광주의 딸과 누이들의 삶이 짓밟혔고 가족들의 삶까지 함께 무너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더욱 부끄러운 것은 광주가 겪은 상처의 깊이를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 알지 못하고 어루만져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라며 "역사와 진실의 온전한 복원을 위한 우리의 결의가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광장은 오월의 부활이었고 그 힘으로 문재인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다"며 "민주주의의 가치만큼 소중한, 한 사람의 삶을 치유하는데 무관심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겠다. 광주라는 이름으로 통칭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오월 광주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광주는 고립된 가운데서도 어떤 약탈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주먹밥을 나누고 헌혈의 대열에 동참했으며 총격을 무릅쓰고 부상자를 돌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서로 돕고 용기를 북돋우며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 불의한 국가폭력에 대항해 이기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역사에 남겨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오월 광주로 인해 평범한 우리는 정의를 잊지 않을 수 있었고 광주와 함께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함께 돌보고 서로 나누며 광주의 정신을 이뤘다"며 "그 정신이 더 많은 민주주의로 확장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이 온전히 누려야 할 삶의 권리, 인권과 평화, 존엄성이 일상적 가치가 될 수 있도록 국민께서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5·18 기념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뜻깊은 기념사였다"며 "저도 마음을 다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 등 외교일정이 바쁜데다 이 총리의 '책임총리' 역할에 힘을 실어주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