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 비판 자제하는 모습… 북미 모두 회담결렬 원하진 않는 듯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 통보로 16일 열릴 예정이던 남북고위급회담의 개최가 무산되고 북미정상회담마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미국이 '북한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은 16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공식 해법이 '리비아식'아닌 '트럼프식'이라고 밝혔다.
'리비아식'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공식 입장인지에 대한 질문하자 선 비핵화·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이 미 정부의 공식 방침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고 답한 것이다.
앞서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먼저 핵을 포기한 뒤 보상이 이뤄지는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북미정상회담의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샌더스 대변인은 "완전히 예상했던 것"이라며 "북한이 만나길 원하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고, 그들이 만나지 않길 원하면, 우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될 가능성과 관련해선 "우리는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비교적 북한에 온건한 시그널을 보내면서 내달 12일 싱가포르 개최가 확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진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서도 '세기의 이벤트'인 북미정상회담의 무산을 절대 원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개월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말전쟁'을 펼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왔던 만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여전히 유효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는 답변만 수차례 반복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압박을 자제했다. 강경해진 북한의 의중을 파악한 뒤 구체적인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샌더스 대변인의 언급을 종합했을 때 미국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이를 통한 북핵 담판을 추진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북한 역시 강하게 반발했으나, 회담 결렬이라는 결과를 원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은 전날 김 제1부상 담화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 담화가 미국 정부의 태도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것임을 전한 바 있다.
한편 일부 외신은 볼턴 보좌관이 다음달 북미정상회담을 파탄낼 수 있는 잠재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볼턴이 북미 정상회담의 '잠재적 철거공(wrecking ball·건물을 부실 때 사용하는 크고 무거운 쇠 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고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대북 폭격론을 주장했던 볼턴이 북미 정상회담을 파탄(sabotage) 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