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가 다시 살얼음판 위로 올랐다. 북한이 지난 16일 맥스선더((Max Thunder)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또 다시 위협 상태에 놓였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미국의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정상회담 전체 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현재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50% 아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 정부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중재자역할을 자처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북한과 미국이 회담을 진행해오면서 무엇인가 입장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를 해보려고 하는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다”며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 입장과 태도를 (미국에) 충분히 전달하고 북한에도 미국의 입장과 견해를 충분히 전달하겠다”며 “서로 간 접점을 찾아가려 나아가는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젠 북한이든 미국이든 단 한쪽이라도 살얼음판 위에서 변수가 생기면 우리고 공들인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특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커녕 재선까지 장담할 수 없게 되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종전’의 희망을 품은 우리 국민들이 다시 좌절을 맛보게 되고 다른 한편에선 북한의 ‘평화위장 쇼’에 속았다는 프레임 속에 갇혀 내부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북미정상회담이 물 건너가면 북한에게도 좋을 리 없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국가에서 더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고 북한 주민은 이전보다 더 고립된 삶 속으로 매몰 될 것이다. 북한이 애초에 우리 정부에게 왜 손을 내밀었는지, 그들이 가장 목말라 했던 것이 무엇인지 반문해 볼 때다.
일각에선 이번 남북고위급회담 전격 취소가 적절한 수위조절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가 북미회담을 깨려는 것이 아니라 수위조절을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리비아식 방식이 아닌 트럼프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한 나라의 운명을 쥔 중요한 회담인 만큼 진행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상황에 맞지 않으면 회담이 미뤄질 수도, 취소될 수도 있다. 이번 고위급회담 취소가 북한이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을 짜기 위해 밀고 당기는 작전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명분과 진정성이다. 협상은 당사자 간 의견을 나눠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처럼 전세계의 눈이 한곳에 몰린 상황에선 여론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소한 일로 트집 잡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하기 보다는 확실한 명분으로 국제여론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