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판 ‘미니보험’, '미끼보험'에서 벗어나자
[기자수첩] 한국판 ‘미니보험’, '미끼보험'에서 벗어나자
  • 우승민 기자
  • 승인 2018.05.1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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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 여행자보험 등 미니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미니보험은 보험기간이 짧은 대신 소액으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소액단기보험'으로도 불린다. 고객이 특정시기에 필요한 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어 효율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미니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더 늘어나도록 독려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최근 전문보험사 진입 장벽을 낮춰 특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사실 금융당국의 미니보험 규제완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7월 단종보험대리점 제도를 도입해 미니보험 활성화를 유도했지만 실패한 전력이 있다. 보험료가 저렴하다보니 수익을 내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니보험은 주보험에서 뒷전으로 밀렸고 결국 '미끼상품'으로 전락하다 점차 사라졌다. 롯데손해보험이 지난 2015년 10월 출시한 '제품보증연장(EW)보험'이 유일하게 맥을 잇는 정도다.   

금융당국이 이번에 제시한 특화보험 활성화 정책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데자뷰'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고객과 보험사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일본'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자. 일본은 미니보험 천국으로 불린다. 미니보험사는 지난 2014년 82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월 말 기준 91개로 늘어났다.(보험연구원) 이들은 펫보험·암보험뿐 아니라 결혼식종합보험과 같은 독창적인 보험상품을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또 소액·단기 보험사는 허가제로 운영되는 일반보험사와 달리 등록제로 운영된다. 최저 자본금도 우리나라의 100분의 1수준인 1000만엔(일반보험사 10억엔)만 있으면 된다.

정부와 학계, 민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 고객층의 성향을 세밀히 분석한 후 반영할 것은 반영하고 불필요한 것은 우리 환경에 맞도록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다시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