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맥스선더’(Max Thunder)’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이유로 들었지만, 우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 하겠다.
15일까지만 해도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는 것을 공개하기로 하고 남측 통신사와 방송사 기자 각 4명을 초청하는 통지문을 보내는 등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자칫 순탄하게 돌아가리라 예상했던 남북관계에 제동이 걸릴 우려도 있어 걱정이 앞선다.
북한이 거론한 ‘맥스선더’ 훈련은 한국과 미국 공군이 참가 25일까지 2주간 진행되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이다.
특히 미국의 최첨단 F-22 스텔스 전투기 8대와 ‘폭격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B-52 장거리폭격기를 비롯한 F-15K 전투기 등 100여대의 양국 공군의 핵심 전력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다.
이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며 맹비난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비핵화 문제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대규모 공중 훈련은 위협으로 받아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국회에서 열린 저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북한 수뇌부를 자극하기 충분했을 것이다. “천하의 인간쓰레기”라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다.
미국은 이날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남북고위급회담 중단 배경은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중대 담판을 앞두고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미국에 던지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중국의 언질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의 핵무기 반출, 생화학 무기 폐기, 인권 문제 등의 압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또 일방 통보라며 “그러면 그렇지 북한이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있겠냐”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 전에 철저한 사전 준비를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유연한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강경 기조로 돌변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향후 남북관계 및 북미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따른 세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끝내고 북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이 땅의 영원한 평화를 지키고, 공동번영의 새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으며, 또 보여줄 것입니다”라는 의지 담긴 말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우리민족에 기쁨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도록 폐쇄된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북한에 촉구한다. 우리도 비핵화를 목표하면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은 잠시 자제하고 기다리는 인내와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하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은 중단 없이 이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어떠한 경우라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협상은 멈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