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별 관계없는 공정한 수사 이뤄져야
[기자수첩] 성별 관계없는 공정한 수사 이뤄져야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8.05.15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은 최근 홍대 누드크로키 모델의 불법촬영 사건이 굉장히 빠르게 처리됐음을 설명하며 남성이 피해자일 때는 빠른 수사속도를 보여주는 반면, 여성이 피해자일 경우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일이 잦다며 성별에 따른 경찰 수사과정의 차이를 지적했다.

경찰은 실제로 이번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1일 사건이 발생한 후 열흘 뒤 경찰은 범인인 여성을 긴급체포했고, 뒤이어 12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수사 과정에 있어서도 이번 사건은 남달랐다. 경찰은 20명의 용의자를 모두 조사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자료수집까지 나서기도 했다.
또 증거인멸 혐의로 의심되는 불법촬영물이 게시된 사이트의 관리자의 인적사항을 얻기 위해 구글에 수사협조도 요청했다.

물론 이번 사건은 범인을 특정하기 쉬웠다는 점이 신속한 수사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때문에 피해자가 남성이라서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이어도 여성이 피해자일 경우 경찰의 수사 관행을 비교했을 때와 매우 대비되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서강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한 글에는 불법촬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한 여성이 당시 범행의 용의자가 한명으로 특정돼 있었으나 경찰에게 ‘잡기 힘들다’,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다’ 등의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 대다수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처럼 논란이 된 적도 많지 않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의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 2만6654명 중 여성은 2만2402명으로 전체의 84%에 달했다. 남성 피해자는 2.3%에 불과했다.

청원자의 주장처럼 같은 범죄가 발생해도 성별에 따른 경찰 수사의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았나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은 성별을 떠나 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공정한 법으로부터 공정한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이 자칫 ‘성 대결’로 변질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느슨한 경찰 수사와 법의 잣대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