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삶 헤쳐 나가기
팍팍한 삶 헤쳐 나가기
  • 박영중사장
  • 승인 2008.11.0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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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의 실상을 자세히 들어다 보아라. 세상은 온통 험악한 표정이다.

사람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어느 한곳 조차 안전하지 않다.

최근에 발표한 사회통계 조사에서도 정부가 기울여야 할 관심의 이정표가 뚜렷이 제시되고 있다.

거창한 민족통일 노력도 아니며 꿈같은 ‘747공약’ 이행도 아니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며 매달 시달리는 사교육비 문제다.

불황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범죄와 자살이 늘고 있다.

청년 실업도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그 강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여 외환위기 직후와 같이 어려워질 사태가 오지 않을 까 걱정이다.

일부 서민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절도 등 범죄행각에 나서는 현실이다.

일자리를 잃은 50대가 ‘밥 먹게 1만원만 달라’며 상인을 흉기로 협박하다.

구속되고, 남편 실직으로 고민 하던 40대 주부가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검거되는 일 등은 드러난 선례에 불과하다.

작년 한해동안 21만2458건의 절도범죄가 발생했다.

2004년 15만5311건에서 2006년 19만2670건 등으로 늘어났다.

경제적 사망선고와 마찬가지인 개인 파산도 급등하고 있다.

주식에 투자 했다가 큰 손실을 본 중년층이 잇달아 자살 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농민들은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 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한시적이며 선별적인 미봉책으로 일관 해오고 있다.

정부가 농민들의 이농을 부추겨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풍요로운 계절에 농민들의 자살 소식이 잇달아 들린다.

한해 1000명이 넘는 농민들이 목숨을 끊고 있다.

이 땅에서 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힘이 든다는 농민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빈곤층 증가는 계층간 위화감을 심화 시킬 뿐 아니라 이들은 사회로부터 소외시켜 범죄 등 사회불안을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엊그제 발효된 한 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것은 정말 잘된 일이다.

300억달러의 효과는 바로 시장에서 나타났다.

환율은 떨어지고 주가는 치솟았다.

이번 한.미 협정으로 외환 보유액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고 우리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사실상 국가 부도나 외환위기의 악몽은 말끔하게 정리된 셈이다.

그러나 각종 대책이 자금 공급의 숨통을 틔워주기는 하겠지만 모두가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서 긴장을 풀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를 비롯한 각국의 금리인하 경쟁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각국의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세계금융 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지난친 저금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이번 처방은 나중에야 어쨌든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극약 처방이나 다름없다.

결국 앞으로의 대처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경제 그 일부로서 우리 경제는 앞으로 상당 기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은 모두가 새길 필요가 있다.

경기가 침체될 경우 고통은 결국 개개인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이 고통을 어떻게 감내하며 이겨나갈 것인 가다.

기업인들은 위기를 견뎌 내기 위해 임금 삭감과 같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경제사회적 고통이 더 확산될 것이다.

공무원이나 공공부분 종사자들은 형편이 훨씬 났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월급이 꼬박꼬박 나온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엊그제 공공부분의 보수 및 정원 동결과 해외출장 자제, 낭비성 예산 지출 방지를 주문했다.

‘공공부문부터 고통분담을 솔선수범해야한다’ 는 말은 백번 지당하다.

문제는 실천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동참을 끌어내자면 공공 부문이 고통을 나누어 지는 행동에 나서야한다.

외환위기 때보다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이 크게 늘고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져 실업이나 소득감소의 충격은 더 큰 실정이다.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이라는 구체적인 장치로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기성세대라면 대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기억을 갖고 있다.

한국전쟁이나 60년대의 기억, 가깝게는 외환위기의 기억이 생생하다.

30대 나이만 돼도 외환위기에 철퇴를 맞아 보았다.

나는 그런 기억과 경험이 지금 닥친 어려움을 이겨낼 힘이 된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적빈의 기억도 없고 외환위기도 간접적으로 경험한 20대다.

난관을 헤쳐 나가게 해주는 ‘기억’도 없이 삼각파도에 노출된 세대다.

기성세대는 20대에게 무슨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 기성세대는 경험으로 버틴다지만 젊은 세대는 다름 안인 ‘꿈’을 심어 주어야 한다.

희망을 심어주어야 ‘죽자 사자’ 하고 일을 한다.

그런데도 지금 이 나라 지도자들이 그들에게 꿈을 주고 있느냐 말이다.

참 답답하다.

오늘의 민생 불안은 본격적인 위기의 전조(前兆)다.

세계가 다 어려운데 우리만 유아독존식으로 잘나갈 수는 없는 것이 글로벌 경제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