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 수도권 규제완화 놓고‘내홍’
여당 지도부, 수도권 규제완화 놓고‘내홍’
  • 양귀호기자
  • 승인 2008.11.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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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신뢰 얻기 어렵다”, “수도권·지방 ‘윈-윈’하는 것”“전국 신뢰 얻기 어렵다”, “수도권·지방 ‘윈-윈’하는 것”
수도권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국토이용·효율화 방안을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도권 의원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박순자 최고위원,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비수도권 의원인 허태열·송광호 최고위원, 경남 출신의 박희태 대표가 각각 ‘선(先)수도권규제완화’ ‘선(先)지방균형발전’을 주장하며 설전을 벌인 것. 특히 그 동안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왔던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날 직접 맞붙으면서 갈등이 표면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 박희태 “전국 신뢰 얻기 어렵다” 박희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정부가 수도권규제완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전국에 심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가 전국적인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도 균형 있게 발전할 필요가 있고, 지역발전의 특단을 내놓을 때라는 주장도 높다”며 “오늘 청와대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에 따른 지방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대책 마련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허태열 최고위원도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한 이후 지방은 지금 한 마디로 ‘난리’”라며 “국정감사 기간에 ‘선(先)지방발전, 후(後)수도권규제완화’를 한결같이 얘기한 관계 장관들이 입에 침도 마르기 전에 수도권규제완화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허 최고위원은 “말이 달라지면 신뢰를 잃게 되는데, 우리 당이 뭘 했는지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고충은 이해하겠지만 국민과의 관계는 신뢰가 생명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하겠다고 발표해 나라가 수도권과 지방으로 두 쪽이 났다”며 “충청도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지역민들이 현 정부를 이제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최고위원은 “지금 지방은 경제 영양실조가 걸려 아사 직전에 있고 지방의 국민들은 폭발 일보직전”이라며 “이렇게 되면 보궐선거에서 1석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소한 당에서 반대하거나 당이 시정 요구를 하면 정부는 이를 듣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이런 식의 당정 협조를 해야겠느냐. 국무위원들의 생각을 고치지 않는 한 한나라당은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홍준표 “수도권·지방 ‘윈-윈’하는 것” 이에 대해 홍준표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국토균형발전은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지방 발전을 도모하는 개념이고 이명박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은 ‘국토의 동반발전’이라는 개념”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win-win)’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수도권 경쟁력을 높여주어야 경제가 산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고 지방발전 계획은 별도로 세우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다급한 현실에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순자 최고위원도 “앞서 달리는 말과 뒤처진 말이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달리는 말은 더 잘 달릴 수 있는 대안을 내놓고 뒤처진 말을 어떻게 육성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지금 정부도 수도권과 지방 균형발전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다만 공부 잘 하는 학생을 옭아매는 것 보다 못하는 학생을 끌어올려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방향이 전환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지방을 어떻게 살리기 위해 예산을 추가 수정할 계획”이라며 “지방에 최대한도로 재정을 투입해 지방경제가 활성화 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