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긴장이 고조되더니, 북한 예술단이 평창에 오고, 특사가 대통령을 만나고,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 판문점이 세계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등 정세가 급변했다.
이제는 이산가족상봉, 경제협력, 개성공단 재개 등 모두들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회담 결과를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파격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전쟁이라는 단어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파격 행보를 보며, 우리도 북한에 갈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을 국민 대다수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으로 본 북한의 도로, 철도 등 SOC 상황에 적잖게 놀랐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철도의 열악한 사정을 직접 언급함으로서, 독일이 통일 후에 동독의 인프라 건설에 쏟아 부은 천문학적 자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나라는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필요한 돈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관련 연구 또는 조사결과를 보면 통일 후 30년 동안 투입돼야 하는 비용이 500조원에서 수천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남북협력기금의 규모는 겨우 수조 원(?) 수준이 아닌가.
그렇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당장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몇 가지 요인 중에서 군사적 대치에 의한 평가절하는 없어질 것이다. 또한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 등 북한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재원도 활용할 수 있으며,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북한의 변화에 직간접적인 관계국, 북한의 자원에 관심있는 국가들의 투자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당사국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의 개방과 경제협력의 중심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런 생각에 회의적인 관점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모두들 어렵다는 대북정책을 문재인정부는 끈기와 결단으로 이런 상황까지 이끌어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철도와 도로가 주목받고 있음을 안다.
북한의 철도와 도로사정이 매우 열악한 것도 안다. 평창까지 가는 KTX를 타 보고는 북측이 많이 놀랐다 하고, 북한 철도가 시속 20~50㎞로 운행된다니 그 사정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이 철도와 도로뿐만은 아니다. 주택을 포함한 주거시설, 공항, 항만, 댐, 농업용수시설, 환경시설, 발전시설, 의료시설을 포함한 공공시설 등 다양한 시설과 환경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자적인 시각으로 보면 사진으로 본 평양시내에 즐비한 멋진 고층건물군은 안전한지, 건설기계가 부족해 사람의 힘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품질문제는 없는지 등 여러 가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무엇 하나 명확한 답을 알 수 없다. 직접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현지 사정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 대응을 위한 치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북한SOC정비를 지원하고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예상되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함이다.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전문가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대응을 구체화할 것인지, 계획과 방법, 역할분담, 우선순위 등 종합적 대응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국토부와 건설기술연구원, 각 분야별 특화된 공공기관이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건설산업이 있다. 건설연은 통일북방연구센터를 설치하고, 북한SOC를 대상으로 한 현황조사 실시와 대응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며, 각 연구부문의 전문성을 살려 기술적인 지원방안을 담은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아직 구체화된 상황도 아닌데, 이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지혜와 전문성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