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전국 17곳의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22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가 일제히 치러진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답게 전국 적으로 824명의 광역의원과 2927명의 기초의원도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롭게 선출된다.
6·13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전국단위 첫 선거로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지난해 ‘장미대선’으로 정권교체 및 중앙권력의 대대적 변화가 이뤄진 만큼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정부와 의회 등 지방권력이 어떻게 재편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최대 12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미니 총선’의 의미도 더해지면서 선거결과에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가능해 그 의미는 더욱 커 보인다.
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는 아직 잠잠하다. 지방행정을 이끌어나갈 뚜렷한 인물도 보이지 않고 지방선거에 걸맞은 선거 이슈도 찾아보기 힘들다.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정상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이슈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슈를 찾지 못하고 붐업조차 안 되는 현상이 안타깝다. 물론 오랜 기간 꼬일 대로 꼬여버린 남북관계가 해빙의 분위기를 타고, 전쟁 발발의 위기가 고조되던 북미관계가 ‘빅딜’로 대화와 화해의 관계로 급변하는 강력한 이슈들이 지방 선거 이슈들을 모조리 빨아들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평화 이슈에 매몰되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리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힘은 중앙정치가 아니라 ‘실사구시’형 지방행정에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지방선거 결과가 뻔 하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이슈가 워낙 강력해 여당의 압승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당장 서울시장 후보만 놓고 보더라도 ‘3선 도전’의 박원순 시장이 여당프리미엄을 얻어 선전할 것이란 예상이다.
박 시장의 대항마로서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할 김문수, 안철수 야당 후보들이 서울시정에 대한 미래비전을 내놓기보다는 ‘박원순의 7년 시정운영’ 비판에만 집중하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다는 분석도 있다. 시대는 평화로 새 걸음을 내딛고 있는데 일부 후보자들은 다시 철 지난 이념을 들고 나온 데에 대한 실망도 크다.
6·13 지방선거에 나서는 각 후보자들 스스로 지방선거 ‘붐업’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4년 동안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 각 도시에 맞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역일꾼으로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공약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유권자는 스스로 포퓰리즘 공약을 걸러내고 실현 가능성한 공약을 중심으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후보들을 찾아내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지방선거는 지역주민의 삶과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축제다. 주거, 교통, 환경, 교육 등 실생활과 직결되는 정책과 집행을 다룰 지역 일꾼을 제대로 뽑을 때 풀뿌리 민주주의는 건강해진다. 자칫 지방선거가 정치적 이슈에 매몰돼 부도덕하고 무능한 후보자들이 활개를 치게 놔두어서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삶이 피폐해지고 퇴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