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오늘 평화를 향한 커다란 또 하나의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중일정상회담이 바로 그것이다. 한반도 평화 이벤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북미정상회담은 이번 릴레이 평화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을 향한 남과 북은 물론 주변 강국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 도쿄를 방문, 한중일정상회담에 참석한다. 이번 회담의 파트너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4·27 판문점 선언 지지와 후속조치 협력을 이끌어 내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 정상과 잇따른 전화를 통해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를 이미 얻어 낸 상태다. 이번 한중일정상회담에서는 3국 간 실질적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한 뒤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하는 특별성명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동선언문 채택까지 한중일정상회담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이 한중일정상회담 전날까지 북한과 날선 공방을 주고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환영한다면서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계속 거론하며 긴장의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는 핵과 탄도미사일의 완전한 폐기 등 비핵화뿐만 아니라 일본인 납치 문제도 회담에서 거론할 뜻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공동선언문 채택까지 이르는 길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한일정상회담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아베 총리와 별도의 양자회담을 갖는 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논란이나 한일어업협정 문제 등 한일 간 민감한 사안을 언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방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방안에 관한 의견 교환이 주류를 이루겠지만 문 대통령의 스타일로 미뤄볼 때 한일 간 첨예한 사안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많다.
민감한 사안은 덮어둔 채 평화만 얘기하는 것은 미봉책이다. 이참에 한일간 해묵은 문제를 분명히 짚고 해결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저팬 패싱’에 대한 우려가 큰 지금의 상황이 어쩌면 그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일수도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들어진 평화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해결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찌보면 바람직한 일이다. 아베 총리가 일본인 납치 문제를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남과 북은 물론 주변 강국들의 공동번영과 공동발전의 모색도 중요하다. 그런 까닭에 정상회담과 함께 열리는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을 주목한다. 이 자리에서 낙후된 북한의 경제개발을 이끌어내며 자국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그래야만 진정한 ‘한반도의 봄’이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