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국회에서 국회정상화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시 결렬됐다. 4월 ‘빈손국회’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국회가 5월에도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정상화의 걸림돌은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 요구안에 대해 절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민주당은 드루킹 특검 ‘수용불가’에서 ‘조건부 수용’으로 입장을 완화하고 특검과 추경예산의 ‘24일 동시처리’를 제안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선(先) 특검 처리’를 요구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여야는 지난 5일 협상을 통해 국회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정이 7일로 재조정됐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만나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특검,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추경, 방송법 개정 등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특검수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김성태 원내대표가 국회 농성장에서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한국당 분위기는 강경 일변도로 변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6일 김 원내대표를 폭행한 30대 남성에 대해 상해·폭행·건조물침입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그는 현장에서 제압될 당시 ‘통일을 해보자는 것을 국회에서 비준해 달라는 게 어렵나’고 소리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배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당사자는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하고 있지만 경찰은 각 정당에 그의 당원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통신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김 원내대표 폭행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경찰의 수사를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자작극’이나 ‘특정정파의 테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단순하게 바라보면 ‘엇나가는 제1야당에 대한 의견 표출’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얘기처럼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식농성 중 폭행을 당한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바로 독재의 뿌리이고, 정치적 대결이 아무리 심하더라도 폭력은 배제돼야 한다는 말은 지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이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테러가 아니라면 한국당은 제1야당으로서 좀 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당이 한국정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중차대한 시기에 당리당략을 떠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도는 헤아리는 정치적 식견을 내보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언제 다시 전쟁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고통의 시간을 견뎌왔다.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와 통일을 바라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 한국당은 보수정당의 진면목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한국당이 이 기회마저 놓친다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 보수정당이 아니라 저잣거리의 조롱거리로 몰락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