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병 된 ‘CEO 리스크’… 좌불안석 윤종규 회장
고질병 된 ‘CEO 리스크’… 좌불안석 윤종규 회장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5.08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KB금융이 올 1분기 당기순이익 9683억원을 기록, 국내 금융지주사 중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 아쉽게 분기 1조 달성은 실패했지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선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둔 셈이다.

실적잔치를 벌일 법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KB금융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윤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여 검찰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KB금융의 고질병인 이른바 ‘CEO 리스크’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KB금융은 윤 회장의 증손녀 채용비리 의혹을 비롯해 임원진들이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며 전례 없는 채용비리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KB금융의 채용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KB국민은행 인사 담당자와 KB금융 HR 총괄 상무를 구속한데 이어 지난달 26일엔 전 국민은행 부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에선 검찰의 채용비리 혐의 칼날이 조만간 윤 회장에게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채용비리 척결을 향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는데 이 발언이 되레 부메랑이 된 모양새다. 취임 당시 윤 회장은 “채용비리 문제는 많은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취업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금수저나 은수저 등 오해를 초래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바 있다.

노조와의 관계도 여전히 매끄럽지 못하다. KB금융은 ‘노조이사제’ 도입 여부를 놓고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반대로 무산됐지만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8일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한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하면서 윤 회장이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진보성향 금융학자인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회 활동 당시 “사외이사는 혜택이 비용보다 너무 크기 때문에 신선한 보이스를 가진 사람이 이사회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 노조원이나 외부 전문가 등 누구든 추천할 수 있는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약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제왕적인 금융그룹의 회장 선임 문제를 비롯한 지배구조 개혁이 불가피하고 노조의 경영권의 감시, 감독이 강화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윤 회장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 회장이 내세운 경영전략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비은행계열 영업력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속도전을 펼쳐왔다. 하지만 올 1분기 KB증권의 올해 분기 당기순이익은 818억원으로 전년 동기(1088억원) 대비 24.74% 급감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69억원으로 전년 동기(1284억원) 대비 8.93% 줄었다. KB손해보험은 5%이상 수익이 줄었든 94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도 순익이 14%가량 쪼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