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나라 안팎으로 가장 큰 화제로 부상했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한민족은 물론이고 동북아 정세의 주요 변수였던 북핵 문제의 비상구가 제시되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국내현안은 온통 남북화해 무드에 빨려 들어간 모습이다. 당장 6월13일 치러야 하는 지방선거는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다. 국회도 4월에 이어 5월에도 공전될 기미가 보인다. 호재가 수두룩한 여당과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야당의 처지가 확연하게 달라 보인다.
당장 5월은 외교안보분야에서 빅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있다. 오는 9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잇달아 갖는다. 이달 중순에는 문 대통령의 방미가 예정돼 있고, 5월 말께는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계획이다.
이달에 연이어 벌어지는 외교안보 일정들은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회이자 리스크다. 지금까지는 장밋빛 희망이 가득하지만 자칫 삐꺽하는 순간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후폭풍을 맞을지도 모른다. 단지 ‘기대가 높아 실망도 크다’는 정도의 표현으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도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는 아직 성공적이다. 전 세계에서 ‘판문점 임팩트’를 칭송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하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이제 지난한 기다림과 인내의 과정이 남았다. 흔히들 말하는 ‘디테일의 악마’가 주인공이 될 시간인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가 남과 북의 구상과 합의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주변 강국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현실과 마주치게 된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것처럼 북한을 상대 파트너로 인정하는 과정에서 손봐야 할 문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상징적인 ‘판문점선언’마저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국내법과 국제관계를 고려한 슬기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납북화해와 한반도 비핵화는 그저 예전에 싸웠던 이웃과 화해하는 정도의 ‘낭만적 사고’로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사회체제 속에서 살아온 65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은 역사라 할 수 없다.
판문점선언을 둘러싼 국회비준도 쉽지 않다. 법리적으로 비준을 해야 하는 것이지, 할 수 있는 것인지조차 불명확하다.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는 물론이고 각 정당의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지도 살펴야 한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설화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비핵화 이후 주한미군의 문제도 국민정서에 어떻게 다가올지도 가늠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미묘한 시각 차이가 어떻게 발현될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남북문제는 오롯이 우리 민족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얽히고설킨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부분에 대한 준비는 필수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해체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곧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외교안보 일정들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의미와 실속 있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