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열 걱정에 산으로 가는 '도시재생 뉴딜'
시장과열 걱정에 산으로 가는 '도시재생 뉴딜'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5.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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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지 선정기준, 사업성 비중 높였지만 초점은 집값에
전문가 "꼭 필요한 지역 빠질 수 있어…본래 취지 무색"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도시재생 뉴딜 사업설명회에서 김동혁 국토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 사무관이 올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 신천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도시재생 뉴딜 사업설명회에서 김동혁 국토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 사무관이 올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 신천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낙후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집값 상승 걱정에 발목 잡힐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올해 사업지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 중 사업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배점을 상향 조정했지만 '부동산 과열 여부'를 최우선 판단기준으로 삼는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전문가들은 시장 과열을 너무 신경쓰다보면 도시재생이 꼭 필요한 지역이 배제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00여곳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를 선정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오는 7월부터 사업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고, 선정된 사업지당 약 50억~150억원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업지 선정 배점(100점 만점) 중 '사업의 시급성'은 지난해 30점에서 올해 20점으로 축소된 반면, '사업계획의 타당성'은 40점에서 50점으로 높아졌다. 또, '추진체계 및 거버넌스 구축(지자체-지역주민간 협업 여부)'은 5점에서 10점으로, '사업의 실현 가능성'은 15점에서 20점으로 확대됐다.

국토부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는 국비 이외에도 막대한 주택도시기금과 공공기금이 저리 융자 형식으로 투입되는 만큼 사업성의 비중을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5년간 계획된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는 총 50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이중 10조원이 국비로 지원된다. 나머지 40조원은 이자가 낮아 부담이 적더라도 결국 갚아야할 돈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도시재생 뉴딜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서울시·구청 도시재생 담당자들이 국토부 관계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도시재생 뉴딜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서울시·구청 도시재생 담당자들이 국토부 관계자의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김재환 기자)

다만, 서울지역은 사업성 보다도 '부동산 시장 과열방지'가 우선될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서울에서 열린 도시재생 뉴딜 사업설명회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구청 관계자들에게 "사업내용이 적절한지 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영향이 없는지를 우선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지역의 낙후도나 사업의 시급성과 타당성, 실현 가능성, 도시재생효과 등 모든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더라도 부동산시장 과열 징후가 포착될 경우 사업대상지에서 배제된다는 의미다.

이같이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따른 부동산 시장 영향을 걱정하는 이유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노후 주택·인프라와 주변 상권 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부동산 투기세력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집값 걱정으로 도시재생이 꼭 필요한 지역에 예산을 투입하지 못 하는 것은 본래 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열 여부'를 고려하더라도 이를 판단하는 매우 정밀한 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회경제적인 거대한 힘에 의한 지역쇠퇴를 되돌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며 "이에 따른 효과가 집값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는 결코 없기 때문에 지표를 매우 상세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부동산시장 과열진단지표'를 마련해 앞으로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사업지 선정단계부터 각 지자체별로 부동산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체 기준을 적용토록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떤 기준을 부동산 시장 과열로 판단할지는 각 지자체에 위임했다"며 "중앙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을 과열로 판단할지, 투기자본에 의한 집값 상승인지 판단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관련 지표개발 용역을 맡겼고 이번 상반기 중에는 (지표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신아일보] 김재환 기자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