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27일은 한반도의 역사에 새로운 한 장을 추가하는 역사적인 날이 됐다. 이 날 분단의 상처딱지로서 지구상 가장 슬프고 가슴 아픈 곳 판문점 평화의 집은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장소가 됐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정상회담을 한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에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완성을 공언하고 대륙간 탄도탄의 사거리를 미 본토에 이를 만큼 확장하면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등 그야말로 전쟁 일보직전의 긴장이 전개되고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평양으로 부터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타격도 불사한다는 강경 일변도의 입장을 거듭 표명해 왔었다.
한편 미국은 대화의 길은 열어두면서도 유엔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김정은 정권에 전면봉쇄에 버금가는 제재를 가함으로써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틀어쥐고 압박을 가하는 양면전략을 펴고 있었다.
이 와중에 별안간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충격과 감동을 안겨줬고, 비록 깜짝 쇼라고 할 만큼 순식간에 성사 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아니다. 갖은 억측과 반대를 무릅쓰면서도 은근과 끈기로 밀어붙인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지가 끌어낸 담대한 도전의 결과로 평가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으로 명명된 남북정상회담의 주요내용은 6개 항목으로 정리되지만 가장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목표의 확인’과 ‘올 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 한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을 통해 이러한 의미 있는 선언이 도출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선언에서 천명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운전자 역할과 한반도 비핵화와 전쟁 없는 평화정착에 대한 굳은 의지 그리고 동맹국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3박자가 끌어낸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변화의 결과다.
미꾸라지는 물 마르면 나오게 마련이다. 비록 북한의 변화가 불가피한 선택이라 해도 평화의 집 정상회담과 수행원만찬 그리고 두 정상의 공동선언문 발표로 이어진 일련의 절차는 적어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감동과 흥분과 평화의 기대를 한꺼번에 안겨준 감동의 드라마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례를 보면 남북관계는 공식적인 회담이나 밀사들의 철석같은 약속이 번번이 원점으로 돌아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 가장 뜨거운 문제로 떠오른 핵문제만 해도 이 정상회담 직전 까지는 가장 믿을 수 없고 위험한 북한의 정책이었고 김정은 정권을 지키는 보검이었다. 지금까지 북은 핵개발 핵실험의 직접적인 위협은 물론이고 이를 지렛대로 우리 한국의 내부갈등을 부추겨 왔다.
북한이 하루아침에 바뀔 것이라고 믿을 국민보다는 아직도 반신반의 하는 국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편에선 선언문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겨우 운만 뗐을 뿐이고 구체적인 이행 방법이나 시기는 명시되지 않았다고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양치기소년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심정일 것이다.
또 미중러일 주변을 살펴보면 우리끼리 단번에 완전히 다 정리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방향은 바로 가고 있다. 운전자든 협력자든 꿩 잡는 게 매다. 이제부터 숨을 고르고 하나하나 챙겨 나가면 이 봄 날 시작된 평화의 여정이 중단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꽃 피는 봄 날 평화잔치에 넋이 빠져 개헌, 드루킹 사건, 지방선거, 4차산업혁명도 다 헛물만 켜다가 정상회담 블랙 홀에 훅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