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 국민과 해외동포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감동과 흥분을 선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앉아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통 큰 담판을 벌였고 이를 ‘판문점 선언문’을 통해 공개 선언 할 때는 전율까지 느끼게 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던 것은 선언에만 그쳤던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29일 오전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5월 북한의 핵 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아울러 남북한은 현재 30분 차이가 나는 남북표준시 역시 통일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합의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즉각적인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조치였다. 특히 핵 실험장 폐쇄 공개나 남북한의 표준시를 통일이 사전에 약속된 합의가 아니라 대화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제안, 수락한 일들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사실 풍계리 등 북부지역의 핵 실험장 폐쇄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주변 국가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검증하는 차원에서라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북한이 표준시를 원래대로 돌리겠다고 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표준시 통일은 북측 내부적으로도 많은 행정적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하는 문제임에도 김 위원장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국제사회와의 조화와 일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이자, 향후 예상되는 남북·북미 간 교류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내내 한반도는 물론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의도 끊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75분간의 통화를 통해 남북회담의 결과를 공유하고, 앞으로 치러질 북미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다행히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도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해 응원의 메시지를 밝혔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온도 차이는 있지만 남북한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환영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구체화하고 이행하기 위한 분야별 남북회담들도 잇달아 진행된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남북정상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로 개편하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후속조치 논의에 들어간다. 정부는 특히 합의 사항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장성급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고위급회담 등을 개최하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들도 가득하다. 당장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지지가 관건이다.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탔는데도 ‘위장 평화 쇼’ 정도로만 인식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는 정치세력도 문제다. 각 당의 이해관계 때문에 본회의를 한 번도 열지 못하고 4월 임시국회를 흘려보낸 국회도 미덥지 않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확인된 만큼 이제 공은 북미정상회담으로 넘어갔다는 여론이다. 하지만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이를 제도적 뒷받침으로 이끌어낼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이끌어 내는 것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함께 해야 할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