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용 없는 성장’ 원인은 성장 열매 독식
[기자수첩] ‘고용 없는 성장’ 원인은 성장 열매 독식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4.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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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업체가 40원의 원가에 10원의 이윤을 더한 50원에 물건을 넘긴다. B업체는 이를 받아 80원의 원가에 20원을 더한 100원에 납품을 한다. 가장 상위의 원청업체인 C업체는 150원의 원가에 50원의 이윤을 더해 200원에 제품을 판매한다. 그런데 C업체가 어느 날 자신의 몫을 80원으로 조정하면서 B업체에게 나눠주지 않는다. B업체는 당연히 A업체에게 나눠줄 게 없다. 

반도체 호황 속에 가려진 이면이 딱 이런 모양새다. 25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의 영업이익은 2016년 대비 2017년 약 22조원, 영업이익률은 20.8%p가 증가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10조원과 26.5%p가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 협력업체 171곳을 모두 합쳐도 영업이익은 3조원, 영업이익률은 2.0%p가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전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현대차·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한 37개 비계열 부품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3.23%다.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영업이익률은 10.06%로 3배 이상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완성차 업체 위기 이전에 부품업체의 위기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진짜 위기다”고 지적했다.

협력업체들에게 성장 과실이 고루 분배되려면 납품단가를 조정해야 한다. 올해 1월 삼성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1차 협력사 비용 증가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반대로 말하면 그동안 납품단가에 최저임금 인상분을 전혀 또는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1%로 그간 2%대에서 벗어났지만 취업계수는 17.2명으로 역대 최저다. 말 그대로 고용 없는 성장이다. 그 원인을 공정하지 못한 분배에서 찾아야 한다. 공정한 분배는 대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성장의 열매를 고루 나눠가지는 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됨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김성화 기자 shkim@shinailbo.co.kr